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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맛나는 나이 / 마리 드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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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나이 / 마리 드 엔젤(심리학자 마리의 노년행복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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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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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뜨거우면 몸이 녹슬지 않는다"
100세 청춘의 비밀을 밝히는 심리학 처방전!


이 책은 늙음에 맞서기보다 두려워하며 젊음에 미련을 둠으로써 “늙는 작업”의 기쁨을 놓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늙되 늙은이가 되지는 말라”며 새로운 늙는 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융에 따르면 젊음과 육체적 힘, 사회 속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되는 노년에 들어서야 자신이 억압했던 새로운 자유와 내적 삶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노년은 자아가 새로운 성장과 변화를 위해 눈뜨는 시기이지만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젊음을 잃는 것을 받아들일 때 다른 것을 얻게 된다는 단념의 역학”을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늙음을 거뜬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마음이 뜨거우면 몸이 녹슬지 않는다”라는 오키나와 주민의 노래가사에 응축되어 있다.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본질로서 ‘마음’, 즉 사랑하고 욕망하는 능력이야말로 풍요롭고 살맛나는 인생의 열쇠인 것이다. 저자는 100살 가까이 현역으로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았던 엠마뉘엘 수녀에서 일본 오키나와 장수촌의 평범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사랑받는 행복한 노년들을 인터뷰하며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고, 노화의 심리적·정신적 차원 및 존엄한 죽음이라는 만만치 않은 소재를 통해 노년의 심리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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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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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de Hennezel

1946년 리옹 태생.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풍부한 임상 경험, 삶에 대한 따뜻한 통찰, 편안한 문체로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친근한 죽음La Mort intime』(1995)은 출간 당시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서문을 써서 화제가 되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 두루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녀는 프랑스 보건부의 자문을 맡아 말기 환자들과 호스피스 시설에 대한 두 건의 정부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저서로 『죽는 법L'Art de mourir』(1997), 『우리는 다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Nous ne nous sommes pas dit au revoir』(2001), 『타인에 대한 배려Le Souci de l'autre』(2004, 낭시의 인권도서상 수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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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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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우리 세대를 위해 쓴다
노년의 공포와 매혹
노인을 위한 나라
세대 간의 전쟁
관점 바꾸기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놀라운 노인들과의 만남
잘 늙기 위한 열쇠
늙는 걸 받아들이기
마음은 늙지 않는다
늙어서도 향유하기
시간의 풍요로움
노년의 마지막 기쁨들
죽을 줄 알기

결론_ 세상을 달래며 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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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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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사는, 노년을 앞둔 이들을 위한 심리학 처방전

‘가는 청춘 못 붙들고 오는 백발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의 힘을 어느 누가 당하랴마는 ‘안티 에이징’ 화장품 광고가 넘쳐나고 주름살을 펴는 ‘리프팅’ 시술이 유행하는 게 세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처럼 삶에 대비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차라리 늙음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늙음에 맞서기보다 두려워하며 젊음에 미련을 둠으로써 “늙는 작업”의 기쁨을 놓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늙되 늙은이가 되지는 말라”며 “새로운 늙는 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편안한 문체로 쓰인 1인칭 에세이지만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노화의 심리적?정신적 차원 및 존엄한 죽음이라는 만만치 않은 소재를 풍부한 사례와 인터뷰로 풀어놓는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에 관한 매뉴얼 북과 차별되는 점이다.

“마음이 뜨거우면 몸이 녹슬지 않는다”

“‘행복하고 균형 잡힌 생활을 하라’고 말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나는 이런 방식의 삶 뒤에서 작동하는 심리의 변화 과정을 알아내려고 한다.”(157쪽)

저자는 100살 가까이 현역으로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았던 엠마뉘엘 수녀에서 일본 오키나와 장수촌의 평범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사랑받는 행복한 노년의 “심리적 모델”을 제시한다. 가령 노년을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흥미로운 모험으로 여기거나(88세 여배우 칠라 셀톤의 경우) “눈길에서 ‘사랑에 빠진 듯한’ 불꽃을 볼 수 있는” 열정의 소유자(85세의 호흡기 전문의 미셀의 경우, 183쪽)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노인 환자들과 가족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시설을 소개하거나(99쪽)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을 되찾는 노인들의 기적적인 경험을 전한다. 예컨대 따스한 눈길과 다정하고 인간적인 접촉으로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들이 반응을 잃은 89세의 할머니를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장면이 그것이다.(126쪽) 또한 ‘노인성 치매’, ‘노인 자살’, ‘노년의 성생활’ 같은 금기시되어온 주제에 대해서도 과감한 관점 전환을 촉구한다.
두려움 없이 늙음을 거뜬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마음이 뜨거우면 몸이 녹슬지 않는다”라는 오키나와 주민의 노래가사에 응축되어 있다.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본질로서 ‘마음’, 즉 사랑하고 욕망하는 능력이야말로 풍요롭고 살맛나는 인생의 열쇠인 것이다.

세대 간의 전쟁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단편 「황혼의 반란」에서 ‘국가재정을 바닥내고 젊은이들의 실업을 야기하는’ 노인들을 제거하려는 정부와 그에 맞서 항거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저자는 경제적으로 윤택한 시기를 겪은 프랑스의 전후 베이비붐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는 조짐을 언급한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오백만을 넘은 우리나라 또한 2026년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2008년 현재 15~64세 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36년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2008년 통계청 발표). 「황혼의 반란」이 그리고 있는 ‘세대 간의 전쟁’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20년 후면 유럽은 ‘노인 대륙’이 될 것이다. 연령 피라미드의 전복은 예산 균형을,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복지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은퇴한 노인 한 사람을 1.5명의 생산인구가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엄청나게 무거운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신세대는 자식의 교육과 부모의 은퇴 후 생활, 조부모의 건강을 위한 꽤 무거운 지출과, 전 세대 때부터 축적되어온 부채와, 외국인 주주들의 은퇴비용까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58세부터 100세까지의 모든 사람이 연금생활자라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런 체제가 기능할 수 없다는 건 불을 보듯 명백하다.(31쪽)

따라서 노화를 막기 위해 “장수 유전자를 찾고, 미니 심근수축치료기 같은 임플란트 기기를 몸속에 심게 될”(66쪽) 미래 노인들의 “끔찍한 나르시시즘”을 경계해야 한다. 요컨대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자신에게나 부담이 될 정도로 삶을 연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한껏 누리도록 내적 젊음을 부여할 열쇠를 찾는 데” 있는 것이다.(70쪽)

늙음에 대한 관점 바꾸기

저자는 칼 구스타브 융의 이론에 기대어 ‘노년의 과정’을 설명한다. “인생의 초반부에 개인은 사회적으로 자신을 정립하고, 야망을 실현해야 한다. 이 과정은 대개 그 토대가 되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이루어지며 때로는 그 존재의 가능성과 자유를 해치면서”(169쪽) 이루어진다. 융에 따르면 젊음과 육체적 힘, 사회 속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되는 노년에 들어서야 자신이 억압했던 새로운 자유와 내적 삶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타협 위에 세워진 (외향적) 인격을 유지한다. 그런 사람들은 ‘오전의 규범’을 따르면서 ‘인생의 오후’를 살려고 애쓴다.”(171쪽).
이렇듯 노년은 자아가 새로운 성장과 변화를 위해 눈뜨는 시기이지만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젊음을 잃는 것을 받아들일 때 다른 것을 얻게 된다는 단념의 역학”을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는 대개 노화를 겪으며 “우울과 의기소침, 좌절”을 겪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과정은 겸손과 지혜를 가르쳐주고 존재의 심연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기소침은 유익하다. 그것은 우리가 성숙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단계다. 상실의 모든 과정이 그렇듯이 슬픔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태는 결코 병적인 것이 아니다. 자기 안에서 영혼의 생생한 힘을 긷기 위한 내면화의 과정이다. 왜냐하면 욕망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활력은 우리를 언제나 앞으로 밀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만드는 데 이것은 죽는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다.(169쪽)

놀라운 노인들과의 만남

이 책에서는 엠마뉘엘 수녀, 베르트랑 베르즐리, 로베르 미스라이, 람다스, 올리비에 드 라두세트 등 이름난 종교인과 철학자 및 의사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이 “놀라운 노인들”과 만나거나 글을 통해 생각을 나누면서 노년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정립해나가기 때문이다.
먼저 엠마뉘엘 수녀. 인터뷰 당시 그녀는 거의 100세가 되었지만 “굉장한 젊음”과 “엄청난 에너지”로 현대인들을 끊임없이 흔들며 영적 해방을 추구하고 있다. 그녀는 저자가 찾는 “내적 젊음의 열쇠” 하나를 다음과 같은 말로 전해준다.

겁내지 마세요! 늙음은 왕관과 같은 겁니다. 나는 내 인생의 꼭대기에 이르러 무한한 애정을 품고 세상과 타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을 마음속으로 느낍니다. 이 같은 다정한 관조는 엄청난 기쁨을 안겨줍니다. 내게는 샴페인과도 같은 것이지요! 기쁨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니까요!
여러분도 이런 기쁨을 주변에 나눠줄 수 있어요. 인간을 믿지 못하고, 어떤 사람이건 개개인의 가치를 믿지 못하게 되는 날 우리는 늙은이가 되는 겁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아랍 시인의 말을 여러분의 것으로 삼으세요. “인간의 마음을 쪼개보라, 거기서 태양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자면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을 잊고 타인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요!(140쪽)

파리 5대학에서 노인심리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 ‘빌라 에피도르’에서 진료하는 올리비에 드 라두세트. 그는 언제나 정확하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늙음을 바라본 ‘현인’이다.

사람들은 어느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지긋지긋해지고 인생의 의미를 잃고, 더 이상 무엇으로도 행복하지 못할 거라고 상상하지요.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정서도 변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겁니다. 젊었을 때 별것 아니던 어떤 것들은 나이가 들면서 중요성을 띠게 되지요. 이를테면 어린아이의 미소가 그렇습니다. 85세의 사람에게 어린아이의 미소는 마흔 살에 별 세 개짜리 근사한 식사만큼의 가치가 있지요.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젊었을 때와 같은 시공간에 있지도 않고, 같은 기준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58쪽)

“살살 녹는 기쁨”, 살맛나는 노년의 에로티시즘

이미 28년 전에 80세에서 102세까지 20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연구는 63퍼센트의 남성과 30퍼센트의 여성이 여전히 성관계를 갖고 있으며, 72퍼센트의 남성과 40퍼센트의 여성이 자위를 하고, 82퍼센트의 여성과 64퍼센트의 여성이 ‘애정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206쪽)

저자가 인터뷰한 한 노인여성은 “한 남자가 내게 미소를 지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것을 에로티시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욕망이 기쁨과 상호인정을 나누며 타인과의 관계를 부추기는 활력이라고 주장한다. “욕망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노화로, 마음의 메마름으로 이끈다.” 실제로 저자가 인터뷰한 커플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65세 이후 열렬한 애정관계에 빠져든다. 성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태도로 “온갖 종류의 감각과 관능적 접촉을 새로 발견”하기도 한다.

“…… 내가 알았던 남자들은 더 이상 ‘성능이 좋지’ 못하다면 성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더군요. 내가 보기엔 그들이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성관계는 자기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만큼 결핍된 것이지요. 우리에겐 포옹과 어루만짐이 필요해요.”(한 여성과의 인터뷰, 210쪽)

그럼에도 저자는 “노인의 성을 말하는 데 적절한 어조를 찾긴 어렵다”고 말한다. 다만 그들의 성은 내면화되고 무한히 다정할 뿐만 아니라 느리고 관능적이란 점에서 다르다. “그것은 충동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이끌린다. 그것은 감정적인 성이다. 아마도 인간의 삶에서 ‘사랑을 나눈다’라는 표현이 가장 깊은 의미를 띠게 될 경우는 늙어가는 혹은 이미 늙은 두 몸의 사랑을, 그 공감을 가리킬 때이리라.”(218쪽)

잘 늙기 위한 열쇠는 사랑스런 존재가 되는 것

“늙는 행복은 쟁취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잘 늙기 위한 심리적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삶을 좋은 쪽으로 바라보고 스트레스에 맞서 싸운다. “한 해에 큰 스트레스를 두 번 겪으면 16년이나 늙을 수 있다. 심각한 사건을 세 번이나 겪은 끔찍한 해는 신체 나이를 32세나 높일 수 있으며, 그것도 열두 달 사이에 그럴 수 있다.”(153쪽) 또한 600명을 대상으로 23년에 걸쳐 실시된 미국의 한 연구는 연구 초기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졌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 7년을 더 살았음을 보여준다. 철학자 로베르 미스라이에 따르면 이러한 낙천적 태도는 60세 때라도 다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자면 “먼저 그걸 원해야 하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122세에 사망한 잔 칼망의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154쪽) 무엇보다 상황에 적응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의 한계를 웃으며 받아들이고,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줄 알고, 한가로이 즐거운 일을 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을 일상 속에 끼워 넣어야 한다. 거기에 주변에 가족과 친구의 관계망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만 “사랑스런 존재"가 될 수 있다.

“몇몇 노인들은 이 연금술의 배합을 잘 안다. 그것은 눈길 속에, 미소 속에, 상냥한 전화 목소리 속에 깃들어 있다. 이런 노인들은 자신을 기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본능을 타고 났다. 그들을 투덜거리는 법이 없으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자기 고유의 관계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신체적 외관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유혹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끌리는 사람으로 남고 자기 매력을 가꾸려고 애쓰는 것이다.”(156쪽)

한편 신경언어학자 로버트 딜츠의 실험도 주목을 끈다. 네덜란드에서 실행된 이 실험은 80세 이상 건강하고 활동적인 각 두 명씩의 남녀 지원자를 통해 이들을 특징짓는 심리과정을 분석하고 공통점을 찾은 것이다.
첫째, 그들은 “열린 정신과 자유로운 생각, 그리고 관용”을 지녔다. 둘째, “네 사람 모두 항상 움직이고, 노래하고, 삶과 사건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 인생의 시련에서 실패보다는 발전의 기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네 사람 모두 유머의 역할을 중시했다. 셋째, “그들은 그들 삶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시간이 많은 것처럼 살고 있으며” 로버트 딜츠는 이에 대해 그들이 과거와 평화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넷째, 그들은 “서로 믿음과 가치는 달랐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자기 자신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감정만큼은 공통되게 품고 있었”으며 “마음 깊이 저마다 자기 자신에, 자기 역사에, 자기 문화에 충실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오히려 노년을 기회로, 해방으로 여기고 있었다. 걱정도 적어지고 진정 흥미 있는 것에 할애할 시간이 더 많아지며, 말하는 것도 자유롭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도 커지고, 한층 개방적이게 된다는 것이다.”(158~159쪽)

‘자살 알약’과 존엄하게 죽는 법

삶을 끝내달라는 노인의 요청은 주변 사람을 시험하는 방법이거나, 타인에게, 의사나 간호사나 가족에게 도전하는 방식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버림받지 않는다는 확신이다.(270쪽)

대법원에서 최초 존엄사 판정을 받은 김 할머니의 호흡기 제거로 존엄사를 둘러싼 사회적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환자가 어떻게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인다. 오랫동안 말기 환자들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심리 상담을 해온 저자는 죽음과 ‘존엄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평정심을 갖고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죽음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죽음은 비극적 만기가 아니다. 삶을 끝내러 오는 재앙처럼 지각되는 한, 죽음은 부당하고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일 터. 저자는 철학자 로베르 미스라이의 말을 빌려 “죽음은 살아 있는 현재에 그 강렬함과 풍요로움을 돌려주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197쪽)고 주?한다.

존엄사는 프랑스에서 ‘환자와 죽을 권리’에 관한 법률로 보장된다. 의사에게 죽여주기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신이 죽도록 내버려두게 할 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죽음을 맞게 만드는” 이 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통 받는 고령 노인들”을 위한 ‘자살 알약’을 허용할 것을 주장한 네덜란드의 전직판사 드리온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266쪽). 저자는 이러한 죽음의 방식이 “자식들은 자신의 죽음과 전혀 상관없다”며 자살 계획을 미리 세워둔 한 생물학자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기 죽음이 오직 자신에게만 관계된 것이라는 감정, 자기 삶을 끝까지 살면서 타인들에게 전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268쪽) 고독한 감정을 드러내준다고 본다.
저자는 수십 년 동안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을 지켜본 경험을 통해 “가족에게 축복을 내리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다음 눈을 감고 침묵 속에 들어가는 죽음”, 사랑하는 사람들의 격려 속에서 “죽을 힘을 얻는” 죽음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존엄사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신의 본질이 남아 ‘이양’된다는 확신은 죽음마저 두렵지 않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음식에 대한 맛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자 나의 시어머니는 어느 날 더 이상 먹지 않고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더 손상되는 것도, 시설에서 생을 끝내는 것도 원치 않았다. …… 나의 남편 크리스토페르는 어머니의 뜻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절에는 인명 구조 태만죄로 기소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음식 거부를 존중해주는 것은 합법적인 일이다. 그녀가 고통 받지 않도록, 끝까지 간호 받고 대소변 처리와 목욕을 도울 수 있도록 이해심 많은 간호사와 의사의 정기적 방문을 마련하고서 남편과 어머니의 가까운 친구들은 끝까지 곁을 지켰다. 그녀가 죽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녀에게 그 기간은 때로 길게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그녀는 일을 빨리 진행해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격한 행동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사라지기를 바랐다. 남편이 어머니에게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다. “사랑하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