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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원제 : 私の猫たち許してほしい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원제 : 私の猫たち許してほし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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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 저/권남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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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노 요코의 독특한 세계관이 만들어진 출발점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에세이

일생을 돌직구 화법으로 살아온 고집 세고 까칠한 할머니 사노 요코의 40대 시절은 어땠을까? 이 책은 『100만 번 산 고양이』와 『사는 게 뭐라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수필가, 사노 요코가 40대에 쓴 첫 에세이집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종전 후 귀환한 일본 생활, 석판화를 공부했던 베를린 유학 시절, 짝사랑 했던 남학생 이야기,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는 이유 등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그녀만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꾸밈없고 담백하게 담았다.

살짝 흔들리는 바람에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날카로운 지각력을 바탕으로 직감하고 인식하고 이해하고 사랑받고 또 사랑하려는 한 여성의 솔직한 감성이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노 요코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녀가 직접 그린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원작 삽화 15점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著---

 

Sano Yoko,さのようこ,佐野洋子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염소의 이사』를 펴내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고, 2003년에는 학문 및 예술에 공을 세운 이에게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상인 시주호쇼紫綬褒章를 받았다.
주요 그림책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내 모자』(고단샤 출판문화상 수상) 『아저씨 우산』(산케이 아동출판문학상 추천) 『하늘을 나는 사자』 등이 있고, 산문으로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고바야시 히데오상 수상) 『쿠쿠 씨의 결혼, 키키 부인의 행복』 『나의 엄마 시즈코상』 『문제가 있습니다』 등이 있다.
2010년 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목차---

 

 

 

꽃은 아름다운 걸까요
바람이 실어 오는 것
낯선 거리에 내리는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
사람은 말을 하니까
네모난 유리 너머
세월은 흘러간다
먹어야 산다
아득히 먼 남자 친구
이럴 때인데
내 고양이들아, 용서해줘
슈바르츠 헤르트
거짓 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책 속으로---

 

한여름의 한낮은 고요하고 더웠다.
어디선가 닭 한 마리가 나타나서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지나갔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어떻게 깨달았는지 모르겠다.그곳에 나뭇잎이 빛나고 있다는 것, 태양이 이글거린다는 것, 흙이 있다는 것, 닭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내가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았다. 아, 그랬구나, 하고 생각했다.
무엇이 그랬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바람이 지나갔을 때, 세상이 그야말로 새롭고 친근하게 열리며,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바람과 함께 혹은 바람처럼 이해되고, 세상이 바람과 함께 혹은 바람처럼 나를 받아들여주었다고 느꼈다. --- p.22

어느 날 아침, 창을 여니 눈이 와 있었다. 눈부시게 하얀 눈이 주위를 완전히 딴 세상으로 바꾸어놓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동주택의 지붕이 아름다웠다. 파도치듯 기운 이모네 지붕도 눈이 쌓이니, 그 모습이 미묘하게 아름다웠다.
새삼 자연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했다. --- p.36

내가 무엇보다 부끄러웠던 것은 깡마르고 안경 낀 전당포 아저씨를 계속 수상하게 생각했을 때보다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세월이었다. 그 세월은 시계가 새긴 시간과는 전혀 다른 공백의 세월이었다.
지금 그 공백의 세월에 내 부끄러움이 빼곡하게 박혔다.
나는 그처럼 잊어버린 공백의 세월에 다양한 부끄러움을 잔뜩 박은 채 살아가는 것 같다. --- p.76

아이였기 때문에 나는 생각하기 전에 살고 있었다. 살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바쁘게 굴리지 않으면 실패했다.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의 근원을 나는 어린 시절에 체득했다.
시대는 불행했지만, 내가 불행했던 건 아니다. --- p.160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내 인생의 테마 같은 건 모른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우주 어느 부분을 핀셋으로 집어도, 거기에 내가 느끼는 조금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실하다고 생각해도 남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고, 내일은 그건 내가 좀 틀렸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것이 진실이라고 떠드는 것이다.

 

 

리뷰---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
자유분방한 필치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사노 요코의 첫 수필집

이 책은 『100만 번 산 고양이』와 『사는 게 뭐라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수필가, 사노 요코가 40대에 쓴 첫 에세이집이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잠시도 놀지 않고 평생 왕성하게 일했던 그녀의 치열했던 인생이 기억의 조각처럼 담겨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종전 후 귀환한 일본 생활, 석판화를 공부했던 베를린 유학 시절, 짝사랑 했던 남학생 이야기,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는 이유 등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그녀만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꾸밈없고 담백하게 써 내려갔다. 1990년대에 출간 된 책이지만 25년이 지난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녀의 글과 그림은 섬세하면서도 거칠다. 센 언니의 여린 속마음 같다. 이 책에 죽음 앞에서도 유쾌 통쾌했던 할머니 사노 요코는 없다. 그저 빡세 게 대차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배짱 두둑한 40대 중년 여성만 있을 뿐이다. 죽음을 몹시도 두려워하는. -옮긴이의 글 중에서

사노 요코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문장들로 가득

책에서 ‘부끄럽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인데 이는 살짝 흔들리는 바람에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그녀의 날카로운 지각력과 섬세한 감수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녀가 직접 그린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원작 삽화 15점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