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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독본 / 김삼웅

 

 

 

 

 

 독서독본 / 김삼웅 지음/현암사

책바다에서 안목을 기르는 훈련, 독서 교과서 『독서독본』

   *

책 없는 세상이란, 상상할 수가 없다
죽는 것은 별로 두렵지 않다고 짐짓 호기를 부리다가도 저승에는 책이 없을까 생각하면 무척 두려워진다.
그래서 주어진 삶 동안 틈나는 대로, 아니 틈을 늘려서 책을 읽는다.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산성화된 마음 밭을 가꾸고, 산업사회 속의 메마른 영혼을 풍성하게 한다면,
그리하여 오미五味가 넘치는 인간이 된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저자 김삼웅

 

남들이 뭐라고 하든, ‘책만 읽는 바보’가 좋다고 말하는 저자는 2011년, 모범장서가로 선정되었다(장서 2만 370권).
그와 함께 십수 년을 함께한 가방은 1만여 권 이상의 좋은 책을 품었고,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주최하는 모범장서가상은 2011년에 장서 2천 권이 신청 기준이었지만,
“가장 고귀한 질병이라는 책 수집하는 이, 책 읽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과는 달리
 2012년에는 신청자가 없어 기준을 1천 권으로 낮추고, 모집 기간도 늘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거인들처럼 (그들은 자신을 한 마리 좀벌레라고 부른다) 김삼웅 선생은 한평생 책과 씨름하며 ‘책삶’을 살아왔다.
글을 쓸 때면 정성스레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써내려가 책과 글을 아끼는 마음을 담는다.

그런 저자가 한참을 찾던 책을 손에 넣고 “버스 안에서 목차를 넘기는 희열”,
“그날 밤 다 읽기가 아까워서 반쯤 남겨두는” 그런 감격을 지금 여기의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라면서
서재에서 오랜 시간 품어 만든 진주 같은 책읽기 매뉴얼이 『독서독본』이다.

옛 선비뿐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들이 책벌레가 된 사연부터 그들의 모든 것이 농축된 글쓰기까지 ‘직접’ 살펴본다.
 곧은 뜻과 풍부한 감정 그리고 실천을 동반하고자 각 시대를 고뇌한 지식인들의 때로는 숨기고 때로는 허를 찌르는

대담한 붓놀림을 살펴보는 이 책은 ‘실용적 독서’를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단단한 책읽기의 기술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밀랍 먹인 종이를 바른 창문에 화려하고 높은 책상을 두고,
그 옆에 비단으로 장정한 서책들을 빽빽하게 진열해놓고서,
자신은 머리에 복건을 쓰고 흰 담요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를 지껄이고
기침이나 캉캉 뱉다가 한 해가 다 가도록 한 글자도 읽지 않는 것이 가장 유감스럽다. - 이덕무
독서하는 사람은 반드시 단정히 손을 모으고 꿇어앉아 공경스런 자세로 책을 대해야 할 것이다.

마음과 뜻을 한데 모아 골똘히 생각하고 푹 젖도록 읽어 글의 의미를 깊이 모색해야 한다.
만약 입으로만 읽고 몸에 체득하여 직접 실천하지 않는다면, 독서는 독서고 나는 나일 뿐이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 이이


1부 ‘책을 벗 삼아’에서는 좋은 책과 좋은 벗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긴 이들의 ‘책론’ ‘독서론’이 펼쳐진다. 독서하는 자세,
책을 대하는 방법 등등 선비, 세계적인 학자, 지금의 지식인 들이 책과 벗에 대해 붓을 들었다.
책을 팔아 한 끼 허기를 달래고는 친구와 함께 한바탕 웃기도 하고(이덕무),
졸고나면 책을 보고 배고파하다 책을 보고 또 졸곤 한 박지원,
사흘 동안 책을 보지 않으면 스스로 거울을 대할 낯이 없다고 한 송나라 시인 황산곡,
마음과 뜻을 한데 모아 골똘히 생각하고 푹 젖으라는 이이,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질문을 해야 한다는 왕수인의 비법 아닌 정법! 루쉰이 의학도에서 갑자기 작가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극적인 사연….
또한 그들의 책과 삶에 빠지지 않는 것은 뜻을 같이하는 벗과의 만남이다.
죽림칠현, 죽란시사, 백탑파, 으악새클럽, 거시기클럽 등등 여러 모임은 앎을 실천으로 옮기고자 ‘절박하게’ 노력하며 벗과 나눈 행복함을 노래했다.
자신을 ‘한 마리 좀’이라 부른, 심지어 호에 좀벌레 두 자를 써서 ‘일두一?’라고 지은 정여창 같은 책벌레들이 
현실에 두 발 단단하게 디디고 풀어놓은 독서론에서 닮고 싶은 그들을 만난다.
책에 대한 우리의 사랑에 관한 소문이 이제 모든 곳으로 퍼져, 책 특히 옛날 책을 향한 갈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우리의 호의를 사기 위해 돈이 아니라 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물이나 선물, 상품이나 증정품 대신에 글자가 흐릿해지고 낡아빠진 책이 우리에게 밀려왔다. 
우리는 금보다는 책을 좋아했고, 은화보다는 피지를 사랑했으며, 
살찌고 튼튼한 말보다는 바싹 마르고 부서지기 쉬운 작은 책을 소중히 여겼다. - 리처드 드 베리
모든 저자들, 즉 시인과 산문작가, 수사학자와 소피스트, 의사와 예언자, 역사학자와 기타 저자들의 작품을 보내줄 것. - 프톨레마이오스 1세
취미로 책을 모으는 사람들이 깊이 감추어놓고 자기도 읽지 않으며 남에게도 빌려주지 않은 채 한 번 넣어두면 꺼낼 줄을 모른다. 
이렇게 책을 무심하게 놔두면 책에 좀이 슬고, 쥐가 갉아먹고 하여 전질이 제대로 남지 않게 된다. 
장서가 가장 큰 피해와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이규경

 

2부 ‘책에 마음 뺏기고, 꽃 향기에 취하고’에서는 당대의 책벌레들이 책을 사랑한 방법과
호문목(글 읽기를 좋아하는 나무)으로 불린 매화를 비롯해 난ㆍ국화ㆍ대나무 등을 노래한 자연 예찬을 살펴본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치 잃어버린 첫사랑 그리워하듯 동경하는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중국 청나라 건륭제 때 전국에 있는 책을 ‘불러들여’ 3만 6천여 책으로 묶은 사고전서, 
각 시대의 인물을 배양하며 또 미지의 세계로 향한 문을 열게 해준다면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책을 꼽은
 새뮤얼 스마일스,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으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충고 등 책에 마음 빼앗긴 이들의 다정하고도 엄한 한 마디는 
독자가 책 자체의 물성뿐 아니라 책 속에 푹 빠지기를 권하는 좋은 조언이 된다. 옛 선비들은 항상 자연스럽게 책동무로 자연을 들었다.
이황은 매화를 매형梅兄이라고 부르며 계모임에 끼웠고, 
선비들은 자신의 고향을 ‘매화촌’(학식과 문덕이 높은 고결한 선비의 마을을 일컬음)이라 부르면서 상대의 기를 누르기도 했다. 
그 외에도 국화, 대나무, 난 등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묵향 그득하게 명문장 속에 녹아 있다.
진득한 독서인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근래 선비들이 점차 타락하고 문풍은 날로 비리해지고 있다. 
공문만 보더라도 패관소품의 문체를 모두 모방해서 경전의 맛이 한낱 쓸데없는 물건이 되어 음조가 경박하다. 
그 폐단에 대해 실질을 책망하지 않는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번 사행에는 더욱더 엄히 이른 바이니, 패관소기로 된 것은 일체 가져오지 말 것이며, 돌아와 강을 건널 때 일일이 수색하라. - 정조
나는 요즘 세상의 사람이다. 나 스스로의 시, 나의 문장을 짓는다.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와 같지 않아서 각 나라의 시가 있다. 
어찌 조선 땅 한양성에 살면서 감히 짧은 목을 길게 빼고 가는 눈을 억지로 크게 뜨고서 망령되이 국풍, 악부, 사곡 짓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가. - 이옥

 

3부 ‘세상을 읽고 고하노니’에서는 목숨 걸고 곧은 정신을 펼친 이들의 진심 담은 책을 살펴본다. 
또 문체반정, 분서갱유 등 책과 사람이 겪은 수난을 안타까워하며 온몸으로 부딪힌 선비들의 모습 또한 책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왕이 민심을 외면하고 신하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면 용기 있는 선비는 도끼를 등에 메고 궁궐에 나아가 읍소한다. 
학자들 사이에서 수입 논란이 되어 ‘갑자기 독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들….

끊임없이 ‘학문하는 자의 도리’를 되새김질하고 벗과 몇 년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 다잡은 글을 살펴본다. 
직언과 정론을 생명처럼 여긴 이들과는 달리 권력에 빌붙는 붓놀림 또한 끊이지 않았다. 
언로가 막혀 국정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식민통치를 홍보하고 침략전쟁을 미화하기도 한 시대들. 
저자는 곡필은 찬핵(송곳으로 열매의 씨를 뚫어 죽이는 것)과 같다고 하며 지금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앎과 삶을 일치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장이란 장절이나 글귀를 꾸미며 겉치레만 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진리를 옹호하는 것이 모두 문장이다. - 홍양호
글을 잘하는 자는 병법을 아는 것일까? 글자는 비유컨대 병사고, 뜻은 비유하면 장수다. 제목이라는 것은 적국이고,
전장 고사는 싸움터의 진지다. 글자를 묶어 구절이 되고, 구절을 엮어 문장을 이루는 것은 부대의 대오 행진과 같다. 
운으로 소리를 내고, 사로 표현을 빛나게 하는 것은 군대의 나팔이나 북, 깃발과 같다. - 박지원
써놓고서 밤에 자면서 다시 한 번 쭉 머릿속에 되살려보다간 겨울 한밤중에도 팬티 바람으로 뛰어가서 한 글자 한 줄 고쳐놓고,
또 아침에 고치고 하는 식이지요. 나의 ‘쉽다’는 글들은 사실 굉장히 ‘어렵게 쓴’ 것이에요. - 리영희

 

4부 ‘문장의 시작과 끝’에서는 평생을 책과 함께 지낸 이들이 말하는 ‘문장론’, 
그리고 생각을 다듬어가는 방법에서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이 각 문장마다 진지하게 담겨 있다.
윤동주, 조지훈, 이육사, 한용운, 이상화, 함석헌 등 죽음 앞에서도 꿋꿋했던 그들의 ‘한 획’은 
천년의 풍상에도 씻기지 않는 돌에 새겨져 시비로 남아 길이 전해진다. 
역사에 남은 좋은 글을 읽다 보면 반짝이는 보석 같은 문장과 청렬한 비평을 만난다.
“심오한 진리가 피어난 시, 가슴에서 흘러나온 맑은 문장, 품격 높은 사연”은 
목마른 책바치들의 갈증을 풀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현란한 언어는 속된 유희”라 멀리하고,
 “지나친 장식은 삼가며”, 무엇보다 깨끗한 양심을 담는 것을 좋은 글쓰기라 이른다. 
한 자 한 자 그어나갈 때마다 배움과 앎을 되새긴 석학들의 글쓰기에서 진심으로 글?책과 마주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이 책 전체에 등장하는 저자가 가려 꼽은 수많은 책과 사람은 학문?책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부단히 노력한 책거인들의 태도와 견주어 지금의 지식인,독서인은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바르게 책 읽고, 쓰도록 도움을 준다. 무
엇보다도 ‘책 읽기에 맛 들이는’ 세포를 단련할 수 있게 한다. 
“저승에 책이 없을까봐 두렵다”는 김삼웅 선생이 평생을 책에서 찾은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