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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著

서로 다른 기념일  / 사이토 하루미치 著

 

 

 

책소개-----

 

『서로 다른 기념일』은 언어와 감각이 서로 다른 한 가족의 특별한 일상을 담고 있다. 같은 농인이지만 각각 음성언어와 수화언어를 쓰며 다른 세계를 살았던 사진가 부부,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청인 아이. 저자 사이토 하루미치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아온 아내,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아이와 지내며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언어, 감각, 몸, 소통, 장애, 다양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다른 몸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쓴 에세이인 동시에 나와 다른 존재와 소통하는 것에 대해 농인 당사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사회과학서이기도 하다.


목차-----


1 노래를 부르다
2 잘 보인다
3 들리는 조짐
4 손이 보여주는 이야기
5 생활을 보러 가자
6 욕조에서 깨닫다
마나미라는 사람
7 전화를 걸자
8 세계는 ‘말’로 되어 있다
9 가까워지는 평행선
10 H로 잠들다
11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12 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齋藤 陽道)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선천적 난청으로 중학생 때까지 일반 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는 도립샤쿠지이농학교로 진학했다. 사진가로 활동하며 2010년 ‘사진 신세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도쿄 와타리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집과 저서로 『감동』 『보물상자』 『사역 봄과 수라』 『그래도 그럼에도 그렇지만』 『목소리 순례』 『감동,』 등이 있다. 2017년부터 사진 프로젝트 ‘신화神話’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2월에는 농인으로서 줄곧 싫어했던 노래와 마주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래의 시작」이 일본에서 개봉했다. 장애인 프로레슬링 단체 ‘도그렉스’에도 소속되어 있다. 주특기는 마구 때리기.

파트너인 모리야마 마나미는 1986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도립샤쿠지이농학교 재학 중에 사이토 하루미치와 만났다. 데이쿄대학 문학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2010년에는 ‘미오 사진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꾸벅꾸벅 눈이 감겼다. 나는 듣지 못하기에 눈을 감으면 그 순간 세계가 사라진다. 그저 눈으로 겉을 훑는 데 그친다면, 눈을 감은 뒤 세계에는 나 혼자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살아 있는 몸과 몸을 맞대고 있었기에 눈을 감아도 숨 쉬는 두 사람을 온몸으로 볼 수 있다.
--- p.47

네 귀가 들은 것. 그것을 나는 바로 공유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상상한다. 거기에 무슨 소리가 있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 연달아 머릿속에 떠오르며 다양한 형태로 생겨난다. 이렇게 상상해도 괜찮다. 전혀 상관없다. 자유롭다. 공연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 p.67

내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청인에게 어떻게 들릴지도 모르는 채 내보낸 음성의 행방을 상대방의 표정에서 읽어냈다. 그렇게 상대방의 안색을 살피면서 내 목소리가 좋은지 나쁜지 확인했다. 그리고 들을 때는 귀와 눈에 온 신경을 집중해 잡음 섞인 소리 속에서 꿈틀대는 입 모양을 단서 삼아 상대방의 말을 추측했다. 나에게 대화란 그런 것이었다.
--- p.97

‘말로 인한 고독’에 빠지게 두지는 말자. 한 가지 언어만을 완고하게 강요하지 말자. 지금은 ‘수어 아니면 음성언어’로 선택지를 좁히지 말고, 우리 몸에서 발화되는 솔직한 ‘말’로 이야기를 나누자. 그리고 이쓰키의 ‘말’을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이며 듣자. 일을 뒷전으로 미뤄도, 가난해져도 괜찮으니 이쓰키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함께 있자. 함께 몸을 쓰고, 여기저기를 다니고, 수많은 ‘말’이 있는 곳에 찾아가 다양한 몸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자. 수많은 ‘말’을 만날 수 있는 환경과 관계를 지키며 우리도 그 안에 몸을 두자.
--- p.228

‘전혀 다르다.’ 그때껏 이 말은 차별과 괴롭힘 같은 폭력의 기반이 될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달라서 즐겁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처럼 달콤쌉쌀한 ‘서로 다름’을 강렬하게 느낀 날을 나는 ‘서로 다른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 p.253

 

 

출판사 리뷰-----

 


“이 책을 만난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
박준, 이길보라, 이랑 추천!
언어와 소통에 대한 농인 당사자의 기록

농인 사진가 부부가 있다. 남자 사진가는 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보청기를 끼고 음성언어를 훈련하며 성장했다. 여자 사진가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수화언어로 소통하며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자랐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아이는 들을 수 있는, 청인이다.

『서로 다른 기념일』은 언어와 감각이 다른 한 가족의 특별한 일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아온 아내,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아이와 지내며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언어, 감각, 몸, 소통, 장애, 다양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다른 몸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쓴 에세이인 동시에 다른 언어를 가진 존재와 소통하는 것에 대해 농인 당사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사회과학서이기도 하다.

청인 아이를 키우는 농인 사진가 부부
감각도 언어도 서로 다른 가족의 이야기

스스로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리 없는 삶에 익숙하던 여자. 수화언어로 소통하며 비로소 안정된 언어를 찾고 사진가로서도 자리를 잡아가던 남자. 농인의 삶에 익숙해진 줄 알았지만, 갓난아이를 기르는 일은 예상보다 험난하다. 부부는 젖먹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해 밤을 지새우고, 30분마다 진동이 울리도록 설정한 휴대전화를 속옷 속에 넣고서야 간신히 잠든다. 아이 역시 소리가 아닌 눈빛과 몸짓으로 부모를 불러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배가 고파지면 맹수처럼 신경을 곤두세운 채 부모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분투한다. 저자는 바로 뒤에 따라오던 아내가 사고를 당한 걸 뒤늦게 알았을 때,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듣지 못한다’는 것의 차가운 진실을 사무치게 실감하고 만다. 그러나 ‘서로 다름’이란 그저 불편하고 쓸쓸한 상황일 뿐, 그들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서로 교차하지 않는 평행선,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 같다. 다만 끝없이 뻗어나가는 평행선이라 해도 그 사이의 거리를 서로 손이 닿도록 좁힐 수는 있다. ‘현실에서도 마음속에서도 언제든 너의 손이 닿는 곳에 있자.’ 다시금 결심한다. (_본문 중에서)

가족은 서로의 숨결을 알아차리기 위해 매일 밤 나란히 몸을 포갠 채 잠든다. 듣지 못하지만 서로를 더 보고 더 느끼기로 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서로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린 날을 “서로 다른 기념일”로 정하고 “우리가 달라서 기쁘다”고 고백한다.

아이에게 소리를 전하기 위해
‘서로 다름’의 소통과 공존을 위해

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저자 사이토 하루미치는 어릴 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대화를 ‘훈련’하며 성장한다. 상대의 입 모양을 열심히 읽고, 자신의 말을 알아듣게 하려 애쓰는 대화는 긴장과 좌절의 작업일 뿐이었다. 뒤늦게 농학교에 입학해 수화언어를 만나서야 저자는 비로소 편안한 대화와 소통의 기쁨을 깨닫는다. 부모와 다른 언어를 쓰는 아이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는 청인인 자신의 아이에게 적절한 말을 전하기 위해 온몸으로 ‘소리’를 낸다. 아이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끊어 읊조리는 자기만의 자장가를 불러주고, 매일의 날씨를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해 보여주고, 아무거나 집어 입에 넣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온갖 잡동사니를 함께 오물거려보기도 한다. 아빠의 고민에 대답하듯 아이는 수화언어와 음성언어를 동시에 터득해가며 어른들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수어를 발화해 언어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 가족에게 언어와 몸의 ‘서로 다름’은 격차와 경계가 되기도 하지만, 더 깊이 소통하고 더 많이 상상하기 위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항상 느낄 수밖에 없는 차디찬 ‘다름’에 대해 그저 비관하거나 분노할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할 바 없는 기쁨이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믿자. “달라서 즐겁다.” 무슨 일이든 일단 이렇게 단언해버리고 시작하자. (_본문 중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진심을 주고받는 가족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와 동시에 이 책은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인간들의 공존에 대해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소리 없이도 말할 수 있다. 보이거나 들리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다. 몸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소통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기념일』은 ‘나와 다른 존재’에 배타적이기 쉬운 우리 사회에 소통과 공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추천평----

 


침묵과 고요를 그리워하면서도 말의 위치를 잊은 적 없다. 나는 음성언어가 꼭 손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잡거나 쥐기도 하고 놓치거나 상대를 조를 위험이 따르는, 악력처럼 단단한. 그러니 수화언어는 허공과 미지의 손끝 정도로 여겨왔다. 사실이되 부끄러운 사실이다. 『서로 다른 기념일』을 만난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 우리에게 오늘의 이 만남은 같은 기념일이 될 것이다.
- 박준(시인)

책을 읽으며 아주 여러 번, 진심으로 울고 웃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농인 부모를 바라봤던 순간, 부모 역시 나를 그렇게 바라봤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울음소리를 들으려 아이 몸에 손을 올려두고 자던 그들이 잊히지 않는다. 소리는 그렇게 듣는 것이다. 당신과 나의 다름을 축복하고 축하한다.
- 이길보라(CODA,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감독)

하루미치와 마나미를 만나 문자, 그림, 손짓, 표정으로 몇 시간이나 대화했던 날이 기억난다. 우리는 소리 없이도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날은 나에게 ‘서로 다른 기념일’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당신의 이야기를 잘 보았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없이 기쁘다.
- 이랑(뮤지션·영화감독)

온화하고 잔잔하게 일상을 그리지만 그 속에는 ‘서로 다른 신체’를 지닌 인간끼리 함께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 [니혼게이자이신문]

들리지 않아서 비로소 느끼는 것이 있다. 이런 진부하기 그지없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면 진실임을 알 수 있다.
- [주간 문춘]

이 책에 쓰인 말들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대수롭지 않게 쓰인 듯한 문장에도 마음이 씻긴다. 전체적으로 마치 연작 시 같아서 서정적이고 따뜻한 저자의 사진과 어울려 조용한 울림을 준다.
- 사카이 구니요시(도쿄대학교 대학원 언어뇌과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