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Classic. /classic.II

[CD]Julia Fischer/Tchaikovsky: Violin Concerto Op.35

 

 

 

[CD]Julia Fischer [2022]
Tchaikovsky: Violin Concerto Op.35, Serenade Melancholique Op.26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우울한 세레나데 외

 

 

음반소개

 

[수록곡]
차이코프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 우울한 세레나데 Op.26, 왈츠-스케르쵸 Op.34, 소중했던 시절의 추억 Op.42

* 레코딩: 2006년 4월, 모스크바 (1-5트랙), 네덜란드 (6-8트랙)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가 20대 초반에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SACD 앨범이 디지팩 CD 버전으로 리이슈되었다.

뮌헨 태생의 율리아 피셔는 3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후 피아노도 배우기 시작했고 곧바로 그 재능을 꽃피워 바이올린과 피아노 부문의 각각의 국제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인물이다. 뛰어난 테크닉과 열정적인 연주가 일품인 앨범이다.

 

디스크

 

Disc


01 -03. Tchaikovsky: Violin Concerto Op.35

04 Serenade melancolique, Op.26 - Andante

05 Valse - Scherzo, Op.34 - Allegro (Tempo di Valse)

06 -08. Souvenir d'un lieu cher, Op.42


작곡 : Piotr I. Tchaikovsky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iotr Ilyich Tchaikovsky / Peter Ilyich Tchaikovsky / Peter Iljitsch Tschaikowsky)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제국의 작곡가이며,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계획에 없던 음악가로서의 인생은, 갖은 역경과 시련을 거쳐 이제는 불멸의 명성을 남겨 주었다.1840년 5월 7일 ~ 1893년 11월 6일)는 낭만주의 시대의 러시아 제국의 작곡가, 지휘자이다.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비창 교향곡의 작곡자이다.

그의 작품은 선율적 영감과 관현악법에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1860년대에는 러시아의 민족주의 음악파인 러시아 5인조의 지도자 밀리 발라키레프와 교제하여 국민악파 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나 후반에는 낭만주의 경향의 곡을 작곡하였으며 베토벤, 슈베르트의 전통을 러시아로 확산시켰다. 말년에는 유럽 순회 공연을 다녀 성공하기도 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은 고전 발레 음악 중 최고의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연주 : Julia Fischer


“파울 힌데미트 솔로 소나타!”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콘서트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바로 불꽃 튀는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다. 놀랄 만큼 강렬하고 휘몰아치는 연주였다. 드레스덴 필하모니와 협연을 마친 율리아 피셔는 현란한 연주로 힌데미트의 바이올린 독주 소나타를 소화해내며 진정 무대를 사로잡는 비르투오소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아마도 율리아 피셔를 음악회 무대에서 만나보지 않고서는 그녀가 어떤 바이올리니스트인지 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필자 역시 지난 2013년 미하엘 잔데를링과 드레드덴 필하모니와 함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율리아 피셔의 연주를 듣는 순간, 그녀의 음반은 율리아 피셔라는 음악가의 50퍼센트도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공연장에서 듣는 피셔의 바이올린 연주엔 음반만으론 느낄 수 없었던 ‘불’이 있었다. 흠 없는 톤, 노래하듯 부드러운 음색으로 누구보다도 완벽한 연주를 보여주면서도 그 소리엔 분명한 초점과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한 번 그 소리를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감흥을 느끼게 된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도입부부터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는 부담스런 작품이지만 그녀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활 끝에서 묻어나는 강력한 에너지는 브람스의 협주곡을 소화하고도 남았다.

관객과 교감하는 타고난 음악가-

“나이나 국적, 종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음악이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율리아 피셔는 세계인의 공통언어인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연주자임에 틀림없다. 공연장에서 만난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청중과의 소통과 교감이 없는 스튜디오의 녹음 음반보다는 사람으로 꽉 채워진 무대에서 피셔의 연주는 더더욱 빛을 발한다. 평소 그녀는 “차가운 완벽성은 결코 나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피셔의 연주는 음반에서나 실제 무대에서나 완벽하기까지 하니 그녀의 특별한 연주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음반을 통해 전해지는 율리아 피셔의 바이올린 연주는, 아마도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이상적인 연주라 할만하다. 오래 전 율리아 피셔의 바흐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잘 다듬어진 톤, 명확하고 섬세한 프레이징, 세련된 감정 표현을 담은 그 연주는 10대 소녀의 연주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성숙했다. 그녀는 이미 바흐 음악의 음표 하나하나를 낱낱이 이해하고 성부 간의 조화와 균형을 소리로 재현해내고 있었다.

그 뿐인가. 비발디의 그 유명한 바이올린협주곡 ‘사계’의 영상을 보면 그녀의 연주는 확신에 차 있으며, 비발디가 그려낸 모든 음표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듯,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며 사계절이 담고 있는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 그녀는 비발디의 유명한 바이올린협주곡 ‘사계’를 녹음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솔로 파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비올라 파트를 연주해보고 어머니가 쳄발로를 연주하는 걸 들으며 ‘사계’의 쳄발로 파트까지 익혔다고 하니, 그녀가 이토록 확신에 찬 비발디 연주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넘나드는 균형 잡힌 음악성 -

율리아 피셔는 단지 바이올린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에도 뛰어나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안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녀는 몇 년 전 한 음악회에서 생상스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과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a단조를 훌륭하게 연주해내며 경탄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이토록 성격이 다른 두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음악가로선 매우 유리한 점이다. 어떤 음악가도 두 가지 악기를 이 정도 경지까지 연주해내기란 어렵다. 누구든 바이올린의 선율적인 특성이나 혹은 피아노의 화성적인 쪽의 성향에 기울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녀에게 피아노는 바이올린만큼이나 중요한 악기인지 모른다. 네 살 때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피셔는 얼마 후 피아니스트인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피아노를 좋아했던 피셔는 피아노도 배우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빠가 피아노를 연주하므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길 원했던 어머니의 소망에 따라 율리아 피셔는 바이올린 레슨을 계속 받았다. 그리고 1995년 열 두 살의 나이로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그녀는 처음엔 바이올린 비르투오소로 알려졌지만 차츰 연주회와 음반을 통해 그녀의 뛰어난 피아노 연주 솜씨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개 하나의 악기에 익숙한 음악가들은 그 악기를 닮기 마련이다. 20세기 명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의 저서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친구에게』를 읽어보면,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의 차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피아니스트는 객관적으로 음을 듣고 표현방식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하며, 바이올리니스트보다 훨씬 많은 음표들을 소화해내면서도 다성적인 표현 능력에 뛰어나야”하는 반면 “바이올린은 기본적으로 선율악기이므로 어떤 어려움이라도 아름다운 음색만 있으면 어떻게든 극복해나갈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올리니스트는 음색을 갈고 닦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소리 자체의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성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복잡한 성부구조를 파악하고 열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여 그것을 소리로 재현해내야 하는 피아니스트는 좀 더 객관적이고 지성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피아노와 바이올린 모두를 훌륭하게 연주해낼 수 있는 율리아 피셔는 항상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균형 잡힌 연주를 선보이곤 한다.

지성과 감성, 전통과 혁신이 조화된 연주 -

이처럼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넘나드는 피셔의 균형감각은 특히 고전적인 균형미가 요구되는 바흐와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의 고전음악에서나,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비르투오소 소품에서나 빛을 발한다. 이는 그녀에게 작품의 구조를 꿰뚫는 지성에 더하여 음악에 뜨겁게 공감하는 깊은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리라. 특유의 투명한 음색과 선율 하나하나를 다듬어내는 그녀의 기품 있는 음악성은 모차르트의 고전적인 음악에 어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차고 들어오는 그녀의 명확한 악센트와 박진감 넘치는 리듬감은 사라사테의 소품에 생기를 더한다.

때로는 악마적이며 기교적인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도 쇼팽의 녹턴만큼이나 감미롭고 듣기 좋은 낭만주의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는가 하면 19세기 바이올린 거장들처럼 그 자신이 작곡한 카덴차를 바이올린협주곡 연주에 사용하는 율리아 피셔. 그녀의 연주는 균형 잡힌 완벽성을 보여주면서도 우리 예상을 뒤엎기도 하기에 더욱 매력 있다.

율리아 피셔의 음반 중 매우 뛰어난 것으로 손꼽히는 슈베르트 음반을 들어보자. 슈베르트의 간단한 소품에서도 그녀는 슈베르트의 음악 속에 언뜻언뜻 비쳐오는 어두운 그림자와 신비로운 색감을 놓치지 않는다. 불필요한 템포 변화를 배제한 채 악보 자체에 충실하면서도 슈베르트의 선율에 담긴 역동성을 잘 읽어내고 있어 어느새 그 활기와 추진력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사이에선 난곡으로 통하는 슈베르트의 환상곡 C장조에서 슈베르트 선율의 깊은 맛을 음미하는 그녀의 연주를 듣다 보면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세부적인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