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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ssic. /classic.III

♠ 그가 사랑한 클래식 /Joachim Kaiser








그가 사랑한 클래식

Sprechen wir uber Mu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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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비평의 교황’요아힘 카이저에게 듣는 클래식 이야기!

독일의 음악비평가 요아힘 카이저의 클래식 에세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음악비평의 교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요아힘 카이저는 1950년대 초 음악비평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유럽 클래식 음악의 현장을 지키며 새롭게 쓰이는 음악의 역사와 함께해온 독보적 비평가이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그에게 보내온 질문들에 그가 답한 것을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췌 차이퉁》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카이저의 클래식 수업’이라는 비디오 칼럼으로 2년여 간 연재한 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카이저의 글은 위대한 작품과 음악가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소개하기도 하고, 연주자와 음악 시장의 공생관계를 비평가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꼬집기도 한다.

또한 '음악은 꼭 감동적이어야 하는가', '오페라 도중에 박수를 쳐도 되는가', '수많은 〈겨울 나그네〉 음반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뛰어난가…' 등등, 혹여 ‘무지’가 들통날까 두려워 차마 묻지 못했던 소박한 질문들에서부터 슈만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에 대한 엇갈린 평가의 의미, 말러의 3번 교향곡을 이루는 창조의 모티프 등에 대한 다소 전문적인 질문들까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들이 요아힘 카이저의 수업에서 다루어진다.


 


 


 


.著 -


 Joachim Kaiser


 


요아힘 카이저는 1928년 동프로이센에서 태어났다.


음악학, 독문학, 철학, 사회학(테오도르 W. 아도르노에게 사사)을 전공했고 튀빙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극·문학·음악 비평가로서의 경력은 헤센 방송사에 근무하며 시작되었다. 1959년 《쥐트도이췌 차이퉁》에 입사했고


클래식 음악전문 저널리스트로 50년 넘게 음악비평을 썼다. 뿐만 아니라


한스 베르너 리히터, 하인리히 뵐과 함께 ‘47그룹’의 초기 멤버로서 진보적 문학운동에 참여했고,


 아도르노, 하버마스, 블로흐, 바흐만을 비롯한 독일의 내로라하는 지성 및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독일에서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로 꼽힌다.


1977년부터 1996년까지는 슈투트가르트 음악·조형예술 국립학교의 교수로 재직했고,


뮌헨의 김나지움, 문화강좌, 시민학교 등에서 다양한 청중을 만나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다채로운 강연을 했다.


 라디오 클래식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소개한 프로그램은


독일 클래식 방송의 고전으로 남았다. 저서로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바그너와 함께한 인생』, 『카이저의 클래식』, 『내 이름은 자라스트로』,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와 그 연주자들』, 『상상의 대화』, 『나는 최후의 모히칸족이다』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는 말_늘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클래식 이야기

1_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클래식 음악의 성경
제왕의 규범
영혼의 숨 고르기
스트레타와 카발레타
모차르트와 스윙의 왕
젊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베토벤의 부기우기
빈의 하위문화
살롱에서 다정다감하게
천재와 광기
세계의 몰락과 균열
체념을 통한 황홀경
심장 혹은 이성

2_ 무대 위에서 무대 뒤에서
좋은 가수 나쁜 가수
오페라의 영웅
핵심의 138마디
생략의 음악회
비브라토에 대한 경고
연주자와 그의 기억력
아마추어의 어려움
상의 위력
일찍부터 시작하라

3_ 불멸의 이유
말러와 그 음악의 위조자들
피날레의 대가 하이든
슈베르트가 오래 살았다면
카라얀의 매혹
푸르트벵글러의 머뭇거림
믿음과 기량
건반 질주자를 위한 속도 제한
왼손이 강한 비르투오소
예술가적 자만심
절대적인 프리마돈나
외모와 연기와 노래
별 볼일 없는 대가들
예술은 능력에서 나온다

4_ 충분히 아름답다
예술 혹은 키치
대작과 중간치
바갈라바이아
리하르트 대 리하르트
예술음악과 오락음악
아름다운 더 아름다운 루트비히
달빛 속 개구리

5_ 음악을 마주하는 순간
예술 문외한
첫 경험
나치의 가수
사전 준비가 필요 없는 오페라
환희의 아리아
침묵의 저편에서
촛불 아래에서 악보 읽기
모범과 열정

6_ 어느 비평가의 삶
자기비판
베토벤의 후계자
B급 음악
소리 없는 아우성
내 귀의 음악
화성의 깊이
청중의 기대와 비평가의 추락

나오는 말_클래식 음악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가
옮긴이의 말_카이저의 클래식 수업
추천하는 말_음악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의 밑바닥으로!


 


 


책 속으로---


 


위대한 음악은 항상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결코 중단되는 법이 없으며 그 안에 움직임을 품고 있다. 그 속에서 무언가 감동적이고 감정적인 것, 무언가 우울하거나 경쾌한 것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음악은 어떤 내용,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휴식, 휴지부는 영혼의 숨 고르기와 같다.--- p.31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바그너와 같은 위대한 이름들을 대지 않았다. 내가 선정한 인물은 로베르트 슈만이었다. 왜냐고? 열정적이고 시적이며 젊고 소년 같은 그의 기질이 내 맘에 꼭 들었기 때문이다.--- p.55

열정적인 테너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는 눈부신 광채이다. 음이 높이 올라가는 부분에서도 그 광채를 잃지 말아야 하는데, 높은 도C 음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지적인 프레이징이다.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은 꼭 필요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조건인데, 그것은 지구력이다. 프란츠 푈커나 라우리츠 멜키오르처럼 호흡이 길지 않다면, 힘을 아껴야 한다. 성량을 더 이상 발휘할수 없거나 변화시킬 수 없고 혹은 버티지 못해 결국 헐떡거리게 되면, 그 테너는 더 이상 멋있거나 영웅답지 않기 때문이다.--- p.78

쇼팽은 충분한 여유를 갖고 이 음악을 이끌어가고, 풍성한 착상을 멋지게 끌어올리며 펼쳐나갔다. 당시에 그의 친구들은 이 발라드를 ‘폴란드적인 것’이라 불렀다. 로베르트 슈만은 쇼팽의 피아노곡 중에서 이 곡을 가장 좋아했고, 쇼팽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폴란드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죽음의 공포 속에 독일군 장교 앞에서 수 분 동안 연주하는 곡도 바로 쇼팽의 이 첫 번째 발라드이다. 영화의 가장 극적인 이 장면은 감동적이면서도 잔인하다. 여기에서 발라드는 구원과 생존의 상징으로 탈바꿈한다.--- p.81

나는 호로비츠가 언제나 첫 번째 발라드를 고집하며, 그 곡을 네다섯 번씩이나 녹음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는 있다. 언젠가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호로비츠가 녹음한 첫 번째 발라드를 모두 들려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모든 녹음본을 비교하면서, 호로비츠가 마지막 녹음에서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살리며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그것이 어느 마디였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바로 138마디이다. 그 마디부터 기교적인 패시지가 삽입된다. 호로비츠가 반주 성부에서 이끌어내는 연주가 얼마나 신선하고 멋진지 모른다. 이런 연주는 두 번 다시 들어볼 수 없을 것 같다. 평생을 한결같이 같은 곡을 연주했으며 한 순간도 그것이 동일한 것이라 여긴 적이 없는 이 예술가에게 경외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p.82

베토벤 음악의 훌륭한 해석가로도 유명한 스위스의 피아니스트 에드윈 피셔 Edwin Fischer가 런던에서 음악회가 끝난 뒤에 그를 마중 나온 젊은 팬과 만난 적이 있다. 그 팬은 꽤 무거워 보이는 피아니스트의 큰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피셔가 이를 보고 놀리듯 말을 덧붙였다. “그거 아세요? 이 안에는 내가 지금까지 실수한 모든 음들이 들어 있어요.” 피아니스트는 음악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모든 음들, 심지어 잘못 짚었던 음들까지 고스란히 보관하기도 하는 것이다.--- p.96

누구를 고상한 음악 아카데미의 세계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은 대개 연주가 모나거나 튀지 않는 후보자로 타협을 본다.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여류 피아니스트와 거칠고 특이한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그들은 차라리 실수 없이 연주한 완벽주의자를 수상자로 결정한다. 그의 노련한 연주가 조금 밋밋했다 하더라도 심사위원들은 그런 결정을 내린다. 그들은 중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p.98

35세, 39세로 일찍 죽은 모차르트와 쇼팽 같은 천재 음악가들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떤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 매력적인 일이기는 하더라도, 거기에 어떤 예견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진지한 대답을 허용하지 않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은 현재의 끈을 미래까지 늘여볼 수는 있지만, 숱한 경제 진단에서 확인되듯 늘 오류를 범하곤 한다. 더군다나 살아 있는 창조적 인간은 절대 컴퓨터 분석이나 한가로운 수다의 소재가 될 수 없는 존재이다. 생명의 끈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젊은 천재 음악가 슈베르트가 훗날 브루크너 같은 인물로 성장했을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p.115

카라얀은 그때부터 엑스터시를 몰고 다니는 지휘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지휘는 정확하고 활력이 넘쳤으며 매우 리드미컬했다. 시간이 흘러,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그의 지휘는 훨씬 더 섬세해지고 매끄러워졌다. 사람들은 카라얀 식 사운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이 시기에도 젊은 날의 그가 보여주었던 광적인 성향이 언뜻언뜻 보이곤 했다. 백발이 성성한 거장, 깊이 숙성한 음악가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청중들에게 마치 천국에 있는 듯한 감격을 안겨주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고요하고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운드였다. 카라얀은 음악가로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리고 상품화하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p.119

지금도 푸르트벵글러의 예전 음반들을 들으면, 마치 처음 들었을 때처럼 그의 예술에 감탄하게 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항상 전체,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영감이다. 그 속에서 그는 좀 유별나게 군다. 결코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풍부한 표현을 이끌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어떤 경우의 박자들은 상당히 무표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무표정은 다른 이들이 과도하게 표현해내는 것보다 더 풍부한 표현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푸르트벵글러 는 베토벤의 4번 교향곡의 E플랫장조 테마를 아주 고요하고 전혀 떠들썩하지 않게 울리도록 했고, 음악적 표현을 그 주제 다음에 등장하는 연결 마디로 유보시켰다. 결과적으로 음악은 더 매혹적으로 들렸고, 오히려 테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p.129

그는 인생에도 극적인 면이 있었다. 푸르트벵글러가 말년에 청력을 잃었던 것이다. 에른스트 폰 지멘스를 비롯하여 그의 숭배자들은 푸르트벵글러를 돕고 싶어 했고, 그 당시 엄청나게 비싼 보청기를 마련했다. 기계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푸르트벵글러는 벌컥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며 그 비싼 보청기를 바닥에 집어 던져 박살내버렸다고 한다. 인공적인 기계의 도움으로 듣는 것, 그것은 음향을 몹시 사랑하는 그에게는 꿈에서조차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p.130

그렇지만 나에게도 호로비츠는 가장 매력적이고 색채감이 가장 화려한 피아니스트이다. 이 환상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연주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같다. 그의 수많은 음반들을 들어보면 그가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에게 완벽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호로비츠는 콘서트에서 항상 실수를 했다. 그에게는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이 훨씬 더 중요했다.--- p.143

나는 파리에서 공연한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노르마 역을 맡은 마리아 칼라스를 본 적이 있다. 가수로서의 활동이 거의 끝나가던 시점이었다. 특별히 한 장면이 나의 뇌리에 박혔다. 그것은 젊은 아달지사가 로마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이 순간의 칼라스는 실제로 로마인을 사랑했으며 그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까지 얻은 노르마로 빙의된 듯했다. 끓어오르는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칼라스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장면은 바뀌고, 그녀는 절망하고 거의 경악에 사로잡혀 놀란 짐승처럼 불안해하며 제자리를 맴돈다. 마리아 칼라스는 표현력이 대단하고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는 가수였다. 나는 이처럼 강렬하고 생생한 무대를 그 이후로 다시는 본 적이 없다. 칼라스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그래서 더 이상 정확한 고음을 내지 못하는 순간에는 청중이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이렇듯 사람들은 그녀의 괴로움까지도 함께 나누며 호흡하고 있었다.--- p.151

그 순간 나는 가사보다 음악이 더 대단하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호프만스탈의 글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슈트라우스가 그의 섬세한 텍스트에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효과에 치중하여 작곡했다는 사실에 유감을 표하곤 한다. 그렇다. 슈트라우스는 효과를 너무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작곡가였다. 그렇지만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는 우리에게 그 속에 얼마나 심오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곡가의 독창력이 원작자의 섬세한 감각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p.170

크리스타 루트비히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완성한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래들을 부드럽고 서정적인 영혼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불렀다. 예를 들 어 〈겨울 나그네〉 중에 “이제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고, 길은 눈으로 덮여버렸네.”라는 가사가 등장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서 루트비히는 깜짝 놀랄 만큼 ‘눈’이라는 단어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묘한 느낌이다. 겨울 방랑자에게는 위협적인 그 차가운 눈이 끝도 없는 지독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는 듯하다.--- p.190

실망은 항상 기대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그러니 이런 심리적인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떤 음반을 처음 들은 뒤에는 가능한 한 빨리 두 번째 것을 들을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음반의 성향과는 대조적이면서 그것만큼 매혹적인 음반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미 성숙한 인간이고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면, 자신이 편애하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p.205

일찍 각인된 청각 경험의 속박을 끊어내고 싶다면, 음악을 들으면서 악보를 함께 읽어 나가도록 하라. 이런 방법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누구나 첫사랑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바로 그 때문에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소설가 장 파울은 예전에 한번 마음에 들었다고 그 판단을 계속 고집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기계적으로 답습하는 일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고 조금씩 변해간다. 나이 들어가는 그 흐름에 맞추어 음악이 삶에 지긋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리뷰 --


 


음악비평의 교황’요아힘 카이저에게 듣는 클래식 이야기!

내가 음악 비평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얻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느낌과 경험들이 이 책에 남긴 답변들 속에 있다.
나의 목표는 언제나 내가 받은 감동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독일의 음악비평가 요아힘 카이저의 클래식 에세이다. ‘음악비평의 교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요아힘 카이저는 1950년대 초 음악비평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유럽 클래식 음악의 현장을 지키며 전설적인 지휘자 및 명연주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쓰이는 음악의 역사와 함께해온 독보적 비평가이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그에게 보내온 질문들에 그가 답한 것을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췌 차이퉁》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카이저의 클래식 수업’이라는 비디오 칼럼으로 2년여 간 연재한 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은 2012년 가을, 독일에서 출간 즉시 수만 부가 판매되며 요아힘 카이저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다.

음악은 꼭 감동적이어야 하는가?
왜 모든 유명 여가수의 평가 기준은 마리아 칼라스인가?
호로비츠는 왜 늘 같은 쇼팽 발라드를 연주했을까?
푸르트벵글러를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꼽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사랑한 클래식』의 출발점이 된 질문들은 클래식 음악의 초보 감상자와 전문적 애호가들 모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건드린다. 음악은 꼭 감동적이어야 하는가, 연주회장에 악보를 가져가서 보아도 좋은가, 오페라 도중에 박수를 쳐도 되는가, 수많은 〈겨울 나그네〉 음반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뛰어난가… 등등, 혹여 ‘무지’가 들통날까 두려워 차마 묻지 못했던 소박한 질문들에서부터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와 독일사회민주당 지지자의 관계, 클래식 전문가들이 브람스를 싫어하는 이유, 슈만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에 대한 엇갈린 평가의 의미, 말러의 3번 교향곡을 이루는 창조의 모티프 등에 대한 다소 전문적인 질문들까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들이 요아힘 카이저의 수업에서 다루어졌다.
요아힘 카이저는 책머리에 “이 책이 전문가들에게는 그들이 알아온 음악을 다르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음악에 흥미를 느끼는 아마추어들에게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멋진 세계의 문을 여는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는 아무리 단순한 질문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운 질문들에 현학적인 답변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노 비평가가 오랜 세월 치열하게 겪어낸 음악적 인간적 경험들은 딱딱한 질문을 음악에 대한 유쾌하고 흥미로운 문제의식으로 바꾸어 풀어내고, 빤한 질문은 부족한 음악적 교양을 쌓아갈 수 있는 계기로 바라보게 만든다.

젊은 모차르트의 순수한 고백이 담긴 피아노 협주곡
깊고 아름다운 아다지오를 향한 작곡자들의 열망
지독한 공포를 자아내는 크리스타 루트비히의 겨울 나그네
명철함이 도사리고 있는 하이든의 천재적인 작품들과의 만남


카이저의 글은 위대한 작품과 음악가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소개하기도 하고, 연주자와 음악 시장의 공생관계를 비평가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꼬집기도 한다. 온전하게 한 작품만 놓고 이론적인 접근을 하는가 하면, 음악을 마주하는 청중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자상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과의 만남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마리아 칼라스, 프리드리히 굴다, 글렌 굴드 등, 위대한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그들의 전성기를 직접 체험한 비평가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음악비평계에서 그동안 쌓아온 요아힘 카이저의 권위와 명성을 생각하면 목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하건만,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오로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이 담겨 있는 듯하다.
요아힘 카이저가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독자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한 책을 출간한 것은 일평생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법, “위대한 음악가들이 심사숙고해서 빚어낸 영혼의 움직임”을 음미하는 법을 젊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인간의 삶에서 좋은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음악을 이해할 줄 아는 감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돌아보는 진지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추천평..


- 정준호 (KBS 클래식FM, FM실황음악 진행자)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단편적이고 무미건조한 지식을 답으로 열거하는 책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의 밑바닥에 닿으려는 시도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저자가 음악가의 신변잡기나 연주자들에 얽힌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자는 폴 루이스라는 한창 부상하는 피아니스트가 뛰어난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문제보다는

베토벤의 위대한 〈디아벨리 변주곡〉이 가진 깊이에 한층 더 다가가게 된다.

마음 깊은 곳이 흔들리던 젊은 모차르트의 순수한 고백이 담긴 피아노 협주곡이 궁금해지고,

자명한 울림과 포르티시모의 광채로 묘사되는 쇼팽의 발라드를 찾아 듣게 될 것이다.

깊고 아름다운 아다지오를 향한 작곡자들의 열망, 영혼의 거울에 비유되는

현악 4중주라는 형식의 순수한 음향, 명철함이 도사리고 있는 하이든의 천재적인 작품들과의 만남에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를지도 모른다.

카이저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음악 가운데 어떤 것은 클래식 입문자에게 버거울 수도 있다.

오히려 꽤 안목을 높인 음악 애호가에게 아주 솔깃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는 다 아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더 나은 정보와 자신을 고양시키는 뭔가에 늘 목마른 사람에게 건강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동시에 그런 호기심을 이류음악에 낭비하지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연주되어온 음악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이 먼저 나와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허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