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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책소개---

 

무라카미 하루키를 무장해제시킨 11시간의 기록

전 세계에 광범위한 독자층을 지닌 스타 작가이면서, 데뷔 당시부터 자국 문단에서는 늘 변방에 속해왔던 무라카미 하루키. 십대 시절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온 오랜 팬이자 아쿠타가와 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2015년에서 2017년에 걸쳐 네 차례의 길고도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이데아’와 ‘메타포’란 대체 무엇인가? 소설 속의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눈이 번쩍 뜨이는 비유들은 어디서 나오는가?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첫 장부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비결은? 『기사단장 죽이기』를 비롯한 장편소설 구상 과정의 에피소드부터 창작의 원천이 된 유소년기의 경험, 일상적인 작업방식, 페미니즘적 비판에 대한 생각 등, 누구나 알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숨김없이 펼쳐놓는다.

 

著---

 

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 春樹

 

처음으로 소설을 쓴 것은 29살때였다. 첫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였는데, 1978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를 도쿄 진구구장에서 보던 중, 외국인 선수였던 데이브 힐튼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49년 일본 교토부 교토시에서 태어나 효고현 아시야시에서 자랐다. 국어교사이자 다독가였던 양친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고 일본 고전문학에 대해 들으며 자랐으나, 일본적인 것보다는 서구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교 시절에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손에 사전을 들고 커트 보너거트나 리차드 브라우티건과 같은 미국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 세대로서 학원분쟁을 체험한다. 1971년 학생 신분으로 같은 학부의 요코(陽子)와 결혼,1974년 째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연다.「미국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7년간 다녔던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2년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장마다 번갈아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1985년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문학사에 굵은 한 획을 긋게 된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전 세계 누적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하며 '무라카미 붐'을 일으켰다. 또한 1997년에는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취재한 특이한 르포집 『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에 대한 평론집이 일본에서만 수십권에 이르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단정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다. 또한 하루키에 대한 평론에서 그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자란, 이른바 ‘하루키 칠드런Haruki Children’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등장, 하루키 리믹스 붐을 일으키고 있어 그의 문학이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리믹스 소설이란, 다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작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혼합, 변형, 재창조한 소설을 일컫는다. 모토기 후미오의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REMIX』, 이누카이 교코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REMIX』 등이 있다.

하루키는 어렸을때부터 일본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일본적인 것들이란 단지 등장하는 여러가지 일본어로 된 지명과 이름들 뿐이다. 그래서 일본의 일상과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있으면서 전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작가는 '슬픈 외국어'에서 의미없는 하나의 언어에 의존하여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슬프다는 얘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언어로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탁월한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준다. 또한 언제나 작품의 끝에서 던져주는 여운들과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구조는 더 없는 감동으로 독자들을 다음 작품으로 안내한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번역,출판되었는데 특히 미국과 유럽 쪽은 ‘하루키 전집’이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그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2005년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해변의 카프카』를 ‘올해의 책’에 선정했다. 또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체코의 ‘프란츠카프카 상’을,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카탈루니아 국제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빵가게 재습격』, 『댄스 댄스 댄스』, 『태엽감는 새』, 『언더그라운드』, 『스푸트니크의 연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어둠의 저편』, 『도쿄기담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더 스크랩』,『중국행 슬로보트』,『이상한 도서관』 등 수많은 장·단편 소설, 번역물, 에세이, 평론, 여행기 등을 발표했다.

1981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영화화 되었다. 2005년에는 이치가와 준 감독이 『토니 타키타니』를, 2010년에는 트란 안 훙 감독이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을 영화화 했다

 

가와카미 미에코

Mieko Kawakami,かわかみ みえこ,川上 未映子

 

197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서 일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2004년에 '꿈꾸는 기계', 2005년에 '머릿속과 세계의 결혼' 등의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2006년에 수필집 『봐요, 머리는 큽니다, 세계가 쏙 들어갑니다』를 출간하였고, 첫 중편소설 『와타쿠시리츠 인 치아, 또는 세계』가 제 137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름과 동시에 쓰보치쇼오상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뒤이어 2008년에는 『젖과 알』이 제138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면서, '팔방미인 가수 출신 작가'로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대표작 『젖과 알』은 여성의 몸과 마음의 관계, 그리고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소재로 했다. 수상 당시에 서점 직원, 치과의사 조수, 호스티스와 무명 가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화려한 이력은 작품성 앞에서 무색했다. 무라카미 류는 “아슬아슬한 곳에서 제어된 훌륭한 문체가 일품”이라며 호평했고, 심사위원 이케자와 나츠키 역시 “불만 없는 수상작”이라고 평한바 있다.

학교 내 왕따 문제를 통해 선과 악의 근원을 묻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 『헤븐』은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 직원들이 뽑는 20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그는 이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여성작가에게 수여하는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까지 거머쥔다. 작가 데뷔의 발판이 된「끝으로, 찌를 거야 찔릴 거야 자, 됐어」를 엮은 시집은 제14회 나카하라 츄야상을 수상, 시인으로서도 인정받는다. 또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영화화한 [판도라의 상자]를 통해 영화배우로도 데뷔하여, ‘키네마 순보 신인 여우상’, ‘오사카 시네마 페스티벌 신인 여우상’을 동시 수상하며 그녀의 끝없는 재능을 또다시 증명한다. 또한 극장 애니메이션 [미도리코]의 음악을 일부 담당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다

 

목차---

 

시작하며-가와카미 미에코 7
1장 뛰어난 퍼커션 연주자는 가장 중요한 음을 치지 않는다 11
2장 지하 2층에서 일어나는 일 75
3장 잠 못 이루는 밤은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드물다 191
4장 설령 종이가 없어져도 인간은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275
인터뷰를 마치고-무라카미 하루키 356

 

책 속으로---

 

처음 준비할 때는 ‘수많은 독자를 대변한다’는 책임감 비슷한 것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묻고 싶은 걸 묻고 싶은 대로 물으면 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 누구도 신경쓸 것 없이, 십대 중반부터 꾸준히 읽어온 작품의 작가에게 지금의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을 마음껏 물어보면 된다. 무라카미 씨의 우물을 위에서 엿보며 이리저리 상상하는 대신 직접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무라카미 씨와 함께. ---「시작하며」중에서

“따분하고 재미없는 대답만 해서 미안합니다만, 따분하고 재미없는 질문에는 그런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 법이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작가 생활을 해오면서 적지 않은 인터뷰를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싶어지는 상황을 몇 번인가 경험했다(물론 예의바른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번에 가와카미 미에코 씨와 총 네 번에 걸쳐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 적은, 정말이지 솔직하게,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신선하고 날카로운(때로는 묘하게 절실한) 질문이 속속 날아오는 통에 무심결에 식은땀을 흘릴 때가 잦았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끊임없는 공세’를 피부로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고-무라카미 하루키」중에서

한번 무의식층에 내려갔다 올라온 재료는 전과는 다른 것이 됩니다. 담갔다 건지지 않고 처음 상태 그대로 문장을 만들면 울림이 얕아요. 그러니 제가 이야기, 이야기, 하는 건 요컨대 재료를 담갔다가 건지는 작업입니다. 깊이 담글수록 나중에 밖으로 나오는 것이 달라지죠. --- p.41

예를 들어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무라카미 씨 소설의 열렬한 팬입니다, 라고 말해주잖아요? 물론 진심이겠지만, 그래도 이 년쯤 지나면 저 사람도 ‘무라카미는 이제 틀렸어’라고 하지 않을까 상상하는 거예요. ‘전에는 좋았는데 이번 신작은 영 아니야, 못 읽겠어’, 뭐 그렇게(웃음). 항상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 p.53

일단 씁니다. 만약 친구가 와주지 않더라도 와줄 법한 환경을 만들어둬야죠. 저쪽에 방석도 좀 깔아놓고, 청소도 하고, 책상도 닦고, 차도 내려두고. 아무도 오지 않을 때는 그런 ‘밑준비’라도 해두는 겁니다. 아무도 안 오니까 오늘은 실컷 낮잠이나 자볼까, 이러지는 않아요. 전 소설에 대해서는 근면한 편이라서요. --- p.82

‘좋은 이야기’ ‘중층적인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 ‘단순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속마음에 한층 강렬하게 가닿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아사하라 쇼코(*옴진리교 교주)가 제공한 이야기도 결과적으로는 분명 ‘나쁜 이야기’였고, 트럼프가 하는 이야기도 상당히 뒤틀린, 굳이 말하자면 ‘나쁜 이야기’를 끌어내는 요소를 지니고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 p.101

일본인은 전쟁의 피해자라는 의식이 강해서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인식은 자꾸 뒷전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세부적인 사실이 이렇다저렇다 하는 문제로 도피하죠. 그런 것도 ‘나쁜 이야기’가 낳은 일종의, 뭐랄까, 후유증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들도 속은 거라는 말로 이야기가 끝나버리는 면이 있죠. 천황도 나쁘지 않다, 국민도 나쁘지 않다, 나쁜 건 군부다, 하는 식으로. 그게 집합적 무의식의 무서운 면입니다. --- p.102

저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내 페이스에 맞춰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쓸 뿐이지만, 경제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설’이라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중 하나일 뿐이죠. (……) 그러니까 저는 결국 ‘무라카미 인더스트리즈’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거위일 뿐이에요(웃음). 내가 낳는 알이 황금인지 은인지 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p.321

이 글을 읽었더니 굴튀김이 먹고 싶어 못 참겠더라, 이 글을 읽었더니 맥주 생각이 나서 견딜 수 없더라 하는 물리적인 반응이 생기는 게 저는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한층 갈고닦고 싶은 강한 욕심이 있죠. 어쨌거나 물리적인 욕구를 독자들의 마음속에 심고 싶어요. ‘아, 굴튀김이 먹고 싶어 죽겠다!’라고 외치게 하는 것.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그런 글을 좋아합니다. --- p.340

그런 이야기의 ‘선함’의 근거가 무엇인가 하면, 요컨대 역사의 무게입니다. 벌써 수만 년 전부터 인류가 동굴 속에서 구전해온 이야기나 신화가 우리 안에 아직도 존속하는 것이죠. (……) 우리는 그것을 신뢰하고 신용해야 해요. 기나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과 무게를 지닌 이야기를. 그 이야기는 먼 옛날의 동굴 속까지 뚜렷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이보다 솔직할 수는 없다!
작품만큼 미스터리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거의 모든 것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책으로는 옴진리교 사건을 취재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비롯해 평론가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집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인터뷰한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등이 있지만,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 입장에서 장시간에 걸친 대화 내용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공식석상과 대중매체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신비주의라는 말까지 듣는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단발성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잡지 인터뷰가 총 네 차례로 이어지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인터뷰어 가와카미 미에코의 역할이 컸다. 파격적인 문체로 생생한 여성성을 그려낸 소설 『젖과 알』로 2008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가와카미 미에코는 가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에 더해 배우와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엔터테이너이자 시인으로도 인정받은 작가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젠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지난 5월 옥천에서 열린 정지용국제문학포럼에서는 문학작품 속 페미니즘적 관점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맡기도 했다. 십대 시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즐겨 읽으며 독자로서, 작가로서 큰 영향을 받아왔다는 가와카미 미에코는 때로는 동경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애정과 존경에 기반한 인터뷰어의 질문에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전에 없이 솔직하고 신선한 대답을 내놓으면서 소소한 일상 속 에피소드부터 소설에 대한 철학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대담집이 완성되었다.

 

1장 「뛰어난 퍼커션 연주자는 가장 중요한 음을 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첫 대담은 2015년, 글쓰기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회와 철학이 담긴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출간된 직후 이뤄졌다. 고등학생 시절 고베에서 열린 그의 낭독회에 참석해 사인까지 받았다는 일화를 앞서 밝힌 가와카미 미에코는 최근 작품에서 드러나는 문체적 변화를 중심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훑어나간다. 등장인물을 비현실적 공간으로 이끄는 ‘벽 뚫고 나가기’, 외부에서 접한 소재를 작가의 내면에서 한번 걸러내는 ‘담갔다 건지기’ 등의 글쓰기 기술을 비롯해, 데뷔 당시 일본 문단의 상황과 현재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전공투 세대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2장 「지하 2층에서 일어나는 일」 2017년 출간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의 구상 과정, 화자의 위치와 선악구도 등의 변화에 주목하며 작가 대 작가로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나간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책을 사주는 독자와 일종의 신용관계가 형성한다는 것, 소설을 쓰고 읽기 위해 거쳐야 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단독주택의 ‘지하 2층’에 비유할 수 있다는 해석이 참신하고도 알기 쉽게 와닿는다.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법한, ‘이데아’와 ‘메타포’가 대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대한 뜻밖의 답변도 확인할 수 있다.

3장 「잠 못 이루는 밤은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드물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꾸준히 존경과 애착을 보여온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서 배운 문장 쓰기와 인물 조형 방식의 핵심을 밝힌다. 읽는 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재치 있는 비유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개성적인 문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의 성별에 따라 문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지적과 함께, 소설 속 여성 캐릭터가 너무 성적으로만 소모된다는 비판을 대변하는 가와카미 미에코의 질문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아가 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했던 여러 타입의 여성들을 재조명해본다.

4장 「설령 종이가 없어져도 인간은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기사단장 죽이기』의 시간별 작업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며 전업작가로서 매일 꾸준히 글을 써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논한다. 또한 출판업계에서 지니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무라카미 인더스트리즈’라고 표현하며 전 세계에 작품이 번역 출판되는 소감, 현실 문제에 대해 소설이 할 수 있는 역할, SNS 시대에 생각하는 이야기의 본질 등에 대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눈다. “예전에 쓴 글은 다시 읽지 못한다”는 솔직한 발언의 이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십 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오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온 작가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