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Classic. /classic.III

♠. 베토벤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베토벤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원제 : BEETHOVEN: Der Schopfer und sein Universum
마르틴 게크著




책소개---


 베토벤,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지?
탄생 250주년, 담론과 수용사로 읽는 베토벤

콘서트홀을 나선 뒤, 음악을 다 듣고 난 뒤, 다시 사람들의 말과 글로 연주되기 시작한 최초의 음악이 바로 베토벤 음악이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언제까지나 미완으로 남을 음악이 베토벤 음악이다. 여전히 교감과 대화를 통해 완성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위대한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사유는 언제나 부족한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베토벤━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는 베토벤과 그의 음악에 대한 교감의 장을 마련한다.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는 이 책에서 ‘베토벤’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를 36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집중 조명한다. 당대인들을 비롯해 그의 후대인들이 받아들인 인간 베토벤과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과 베토벤 음악이라는 우주를 가늠하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우아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 책은 베토벤 음악에 대한 폭넓은 분석인 동시에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다.

이 책은 또한 베토벤 음악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저자는, 베토벤이라는 이름의 궤적은 오늘날 철학적 흐름에서 보면 비동일성의 지평에서 끊임없이 동일성을 추구한다고 가정해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열린 결말’이라고 한다. 베토벤 음악은 완성과 무한성을 향한 동경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인간의 유한성과 불완전성을 불러내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 작품에 아로새겨진 모순이자 극복하지 못한 상처가 바로 베토벤 음악이라는 것이다.



목차---


 서문

거인주의
1.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2.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 3. 리디아 고어

확고함
4.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5. 올더스 헉슬리 / 6. 글렌 굴드

자연
7. 장 자크 루소 / 8. 레너드 번스타인 / 9. 틴토레토

[에로이카]를 둘러싼 광기
10. 프란츠 요제프 막시밀리안 폰 로프코비츠 / 11. 볼프강 로베르트 그리펜케를 / 12. 한스 폰 뷜로

삶의 위기와 신앙심 그리고 예술이라는 종교
13. 요한 미하엘 자일러 / 14. 카를 판 베토벤 / 15. 불멸의 연인

환상성
16. 윌리엄 셰익스피어 / 17. 로베르트 슈만 / 18. 장 파울

초월
19. 프리드리히 횔덜린 / 20.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 21. 파울 니종

구조와 내용
22.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23. 테오도르 아도르노 / 24. 파울 베커

유토피아
25. 리하르트 바그너 / 26. 토마스 만 / 27. 한스 아이슬러

베토벤의 그림자
28. 프란츠 슈베르트 / 29.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 30. 프란츠 리스트

베토벤 명연주자들
31. 클라라 슈만 / 32. 아르투어 슈나벨 / 33. 엘리 나이

프랑스에서 베토벤
34. 로맹 롤랑 / 35.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36. 질 들뢰즈

에필로그



저 : 마르틴 게크(Martin Geck)


1936년에 태어나 뮌스터, 베를린, 킬에서 음악학, 신학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다. 1976년부터 2001년까지 도르트문트 대학의 음악학 교수로 재직했다. 주로 17~19세기 독일 음악사 연구와 관련 저작 활동을 활발히 했다. 특히 음악사와 위대한 작곡가(특히 모차르트와 슈만)를 다룬 그의 책들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썼고, 레오폴드상과 글라임 문학상 등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글라임 문학상Gleim-Literaturpreis을 수상한 『바흐, 삶과 작품』(2001)과 『모차르트 전기』(2005),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2009), 『리하르트 바그너』(2012), 『마티 아스 클라우디우스』(2014)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베토벤의 음악은 비정치적이다. 그 자율적 성격은 정치적 징발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생애가 항상 사회적 맥락에서 전개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종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제 우리는 아주 구체적으로 물을 수가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1945년 폭격당한 베를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들을 데리고 연주한 교향곡 5번은 나치 정권을 최후까지 사수하자는 구호였던가, 아니면 단순한 위로였던가? --- p.45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도겐궁의 의뢰인도 면밀히 계산된 그림의 구조에 관심이 있었다. 당대 예술론에 부합하고 특별한 주제에 맞춘 [천국] 구성을 의뢰인은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그 주제는 다름 아닌 ‘보는 행위의 수사학’으로 그림을 천천히 보면서 점차 이해하게 되는 감상 방식을 의도했다. --- p.139

베토벤은 더 이상 사각형의 원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결국 신뢰성을 회복한다. 이런 신뢰성은 아무리 헐벗고 연약할지라도 유토피아적 희망을 품은 베토벤을 보여 준다. 그것은 〈크레도〉와 ‘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맹세를 합친 것보다 더 진실하다. 그리고 비로소 음악은 편협한 종교적 제한 너머의 진정한 예술 ‘종교’가 된다. --- p.203

‘셰익스피어’라는 비유는 당연히 베토벤 작곡의 어떤 음표나 프레이즈, 악장 진행도 설명해 줄 수 없다. 그러나 이 비유는 환상성의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다리일 수 있다. 만일 베토벤 기악곡의 (강령적 서곡들을 넘어서) 문학적 원천을 찾아내는 일이 성공한다 해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얻는 것은 거의 없다. 어떤 청자든 베토벤의 상상 세계를 연상적으로 여는 데 자신만의 환상의 나라를 찾아야 하고 스스로 연출을 맡아야 한다. --- p.250

어떤 작곡가도 베토벤처럼 예술적 자유라는 기치 아래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했던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 자유는 물론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 즉 인간과 인류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위대한 이념을 위한 자유다. 음악도 이제 소명으로 받아들여졌다. --- p.395

말년에 스트라빈스키는 “베토벤 현악 4중주곡들은 인류의 인권 헌장이다. 그 헌장은 예술의 전복이라는 플라토닉적 의미에서 영구히 선동적인 것이라는 게 나의 믿음이다”라고 고백한다. --- p.532

자신들의 내적 필요에서 작품으로 베토벤을 표출한 작곡가들이 있었다. 브루크너, 바그너, 베르디, 드뷔시, 쇤베르크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작곡가들. 그러나 베토벤은 개인적 경험과 정치적 사건을 타협 없이 자율적 창작으로 녹여 낸 첫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가장 급진적인 작곡가다.

--- p.553


출판사 리뷰----


시대를 초월한 베토벤과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와 루소, 바흐는 베토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베토벤은 괴테, 나폴레옹, 헤겔과 같은 동시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을까? 리하르트 바그너와 글렌 굴드, 올더스 헉슬리에게 베토벤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런 수용의 관계망을 탐색하면서 베토벤 음악의 풍부함에 한 획을 그은 발상과 동기를 찾아 나선다. 그것은 베토벤 음악이 지닌 역동성의 한 정점을 이루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를 베토벤 음악의 권위를 내세우는 전문가이기보다는 독특한 견해와 다양한 작품으로 베토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목소리로 이루어진 합창단의 한 일원으로서 베토벤에 대해 써야 할 시간이 왔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토벤 음악을 둘러싼 수용의 관계망들은 베토벤하면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로 엮였다. 이를테면 교향곡 3번은 원래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한 곡이었다는 담론을 두고는 베토벤 음악의 충실한 제사장이었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베토벤 해석에 신선한 시각을 던진 ‘베토벤 패러다임’의 리디아 고어로 이어지는 흐름을 잡아 “거인주의”로 묶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이 베토벤 음악에서 ‘그들 나름대로’ 무엇을 들었는지 염두에 두고 듣는다면 베토벤을 듣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의 흐름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베토벤’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유산 ‘담론’

“거인주의”가 조금 낯설다면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불멸의 연인’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 불멸의 연인 다음으로 유명한 조카 카를 판 베토벤과 함께 신학자 요한 미하엘 자일러를 이야기한다. 언뜻 이상한 조합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베토벤은 삶의 위기에서 요한 미하엘 자일러 같은 현인들의 교훈을 찾았다. 이런 현인들은 베토벤에게 위로가 되었고 신앙심을 북돋아 주었다. 베토벤은 이 현인에게서 조카 카를과 ‘불멸의 연인’에 대한 행동 지침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 관한 저자의 사려 깊은 설명과 함께 이야기된다. 이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과 풍부한 담론들은 베토벤 음악이 낳은 또 다른 유산이라 하겠다.

탄생 250주년, 베토벤은 오늘도 새로 태어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관을 맺기 마련이다. 모든 예술 작품도 시대적 특성과 관련 있다. 베토벤이 활동한 19세기 초부터 예술적 주체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한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술적 주체는 경험적 주체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우리가 위대한 작곡가의 삶과 작품을 서로 연관시킨다고 해서 음악이 표현하고 있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단지 작품과의 소통이 조금 수월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 이 책은 베토벤 전기나 평전과 방향을 달리하면서 읽는 우리들에게 베토벤 음악과의 소통을 좀 더 수월하게 해주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삶의 운명에 자신을 이입하면서 음악 작품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 안의 어떤 사회적 특성 때문에 베토벤 음악에 심취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사람들 자신만의 베토벤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이 해를 목전에 두고 이 책의 저자 마르틴 게크가 작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울림은 더 크다.

저자의 말

나는 현재로 오면 올수록 베토벤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는 ‘거대 서사’와 결별하려고 했다. 이런 낙관론은 거만한 생각이다. 모든 시기와 분야에서 베토벤 담론은 일깨움과 정신적 빈곤과 긴밀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놓고 볼 때 더욱 그렇다. 이 책에 상존하는 일깨움과 정신적 빈곤이 베토벤 음악을 조명할 때 더 많은 일깨움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추천평


마르틴 게크는 정평난 음악학자다. (…) 그 누구도 그처럼 제도권 학문을 벗어나 이 복잡한 내용을 이토록 단순하게 서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독일 라디오 방송 도이치칠란트풍크Deutschlandfunk

마르틴 게크의 새로운 베토벤 평전은 위대한 작품이다. (…)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을 맞아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디 차이트Die Zeit」

마르틴 게크의 탁월한 새 평전은 숭배와 진부함을 경계하며 오롯이 작곡가 베토벤과 그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

이 책은 모든 베토벤 애호가와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클래식 방송BR Klassik

환상적이며 쉬운 서술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이 책은 (…) 위대한 독일 음악학자의 결과물이다.
-SWR2 Buchkritik

이 학식이 넘치는 책은 베토벤과 그의 예술성을 성찰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네랄 안차이거General Anze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