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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그들의 끝없는 사랑

 

 

인류는 하나의 작은 생명으로 시작하여 끝없이 진화와 진보를 거듭하여왔다. 
   
 인류는 어느 순간 신들의 지배 아래 있기도 하였으나 인류의 진화와 진보는

 신들의 역사에서조차 인류를 해방시켜주었다. 
   
  태양의 사멸과 함께 찾아 든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들의 반열에 오른 인류의 새로운 세계. 
   
  영원한 빛의 세계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늘 또한 찾아 볼 수 없는 온화한 세계. 
  은빛 가득 인류를 감싸오는 평온과 자유, 사랑과 행복.
  
   은빛 세계는 인류가 이룬 영원한 세계며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4차원의 세계다.
  
   거기서 인류는 그 능력이나 존재에 있어 신들과 대등하게 되었다.
   더 이상 인류는 신들의 피조물이 아니었고 재단을 만들어 숭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우스를 비롯한 몇몇 신들은 인류가 은빛세계로 진보한 후에도 인류에게
   숭배 받던 달콤함을 잊지 못했다.

   인간의 딸과 아들에 대한 향수를 지닌 타락한 신들이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두려움은 벨레프시를 중심으로 한 인류가 진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우스는 머지않아 인류에게 우주의 주인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으면서도
   숭배 받지 못하는 것에 더 많은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제우스를 비롯한 몇몇 타락한 신들도 인류에게 숭배 받지 못하게 된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진화와 진보의 역방향으로 퇴화와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무리였다.
  
   인류는 이런 타락한 신들을 통하여서도 교훈을 얻었다.
   인류도 퇴화와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러한 깨달음을 통하여 인류는 이상적 평화와 자유,
  사랑  과 행복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류는 진보를 통하여 신들의 우월성이 불멸이나 권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정신이나 관념을 지배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세계는 자연이고 신들도 인류도 자연의 일부이며 진보를 통하여 영원을 획득한 인류는
   정신과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이제 신들은 결코 인간을 지배할 수 없게 된 것을 그들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양의 사멸과 우주의 혼돈이 닿지 않는 경이로운 은빛세계에 벨레프시가 있었다.
  
   벨레프시는 이상적 성품을 가진 인류의 스승이었고 중심이었다. 
   
 인류에게 신이 없듯이 왕도 없고 법도 없지만 가르침은 있었다. 그 가르침은 인간의 내면에서
  선택되어지는 선한 의지 이다.
  
   인류에게 생로병사가 없지만 영원과 존경과 위엄은 있었다.
  
   은빛세계가 번성하기 시작할 무렵 벨레프시는 인류의 대표 자격으로 신들의 만찬에
  초대되었다.   인류의 중심이던 벨레프시는 인류에게는 물론 대부분의 신들에게도
   존경받았으나 진보된 인류를 시기하는 제우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결코 이를 드러낼 수 없었다. 제우스는 벨레프시를 은연중에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아폴론과 포세이돈 하데스, 아레스 그리고 헤라와 아프로디테 등 타락한
   신들은 벨레프시를 제거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그들은 제우스를 설득하여 벨레프시를 영원히 제거할 음모를 꾸며놓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에게 주인의 자리를 내어 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전에 없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다수의 신들 특히 프로메테우스와 아프로디테의 남편인 헤파이토스는
   그들의 만찬에서 더 이상 신과 인간의 구분이 없어졌음을 받아들이려 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신들은 공식적으로 벨레프시를 비롯한 모든 인간에게 존경과 감사의 표시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도 제우스는 여전히 인간의 진화와 진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런 제우스의 마음을 알고 있는 헤라는 타락한 신들이 꾸민 음모를 실행에 옮기자고
     제우스에게 말했다. 제우스는 기꺼이 음모를 수락하였다.
  
   공간 안에서 공간이 없는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계. 무구한 변화와 진보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시간.
   그 곳에서 타락한 신들이 벨레프시를 제거할 방법은 없었다.
  
   그들의 음모는 계율을 어기는 것이었다. 만장일치의 의지로만 열 수 있는 고독의 문을
   제우스 독단의 결정으로 열기로 한 것이었다. 세계를 문란하게 하는 무리를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독의 문을 열고 벨레프시를 빠트리려는 음모는 타락한
   신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신들의 만찬에 초대된 벨레프시는 헤라와 포세이돈 그리고 아레스 등에 인도로 고독의 문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프로디테와 디오니소스는 특별히 인간을 존경하는 프로메테우스
   등이 음모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끄는 역할을 맡았다. 벨레프시는 고독의 문이
   어떻게 열리고, 세계를 문란하게 하는 자를 어떻게 추방하는지를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고독의 문 밖으로 던져질 때 몸은 양과 음으로 찢어지고,
    고독으로 채워진 몸은 서로 끝없이 밀어내며 떠돌게 된다는 설명도 들었다.
  
   그들 가운데 있던 아레스가 장난스럽게 벨레프시에게 몸을 둘로 찢는 사슬을 걸었다.
   벨레프시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신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강한 바람이 일어났다. 벨레프시는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이미 그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고독의 문은 열렸고
  벨레프시의 몸은 둘로 찢어졌다.
  몸에서 사슬이 떨어져 나가고 두 개로 나누어진 몸은 서로 다른 쪽으로 향하여 날아갔다.
  인류에게 우호적이던 신들도 프로메테우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제우스의 결정을 추인하였다.

   이제 고독의 세계에서 벨레프시는 영원히 합일을 이루지 못하게 될 운명에 놓여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생명의 기운을 끊어버릴 수는 없었다. 영원의 기운은 어떤 힘으로도
   결코 꺾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만이 영원이다.
  
   벨레프시는 둘로 나누어진 몸을 합치기 위해 억겁의 세월을 떠돌며 고독과 싸웠다.
   하나이면서 둘이 된 벨레프시는 가까워지지 조차 못했다. 서로 밀어내기만 하는 자신 때문에
   견딜 수 없이 괴로웠지만 벨레프시는 한번도 합일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돌아가야 할 세계가 있었다. 합일을 이루면 다시 돌아가게 될 은빛세계는
   벨레프시의 영원한 희망이었다.
  
   벨레프시가 서로 다른 극단의 것들조차 합쳐지고 융화되는 우주의 푸른 기운을 발견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벨레프시의 나누어진 두 개의 몸에서는 서로를 향해 일어나는 그칠 줄 모르는 갈망과,
   은빛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은빛세계의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고독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인간에게 불을 나누어주고 낮이면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끝내 인간을 사랑하고 진보하도록 도와준 프로메테우스의 끈질긴 인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벨레프시가 발견한 융화와 합일의 푸른 기운이 일어나는 곳은 은빛세계의 이면이기도한
   은빛세 계 이전의 원시 지구였다. 모든 진화와 진보가 시작되는 곳.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곳.
   그곳엔 은빛세계를 떠받치는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 벨레프시는 지구가 합일을 이루고
   은빛세계로 돌아갈 통로임을 알았다.
  

   벨레프시의 두 개의 몸은 먼 곳에서 갈망으로 대화하였다. 그들은 지구에 태어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신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지구에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곧 바로 하나의 몸이
   되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음은 음대로 양은 양대로 태어나는 3차원 원시 지구의 법칙에 따라 남과 여로
   태어나서 또 한 번 신들의 방해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이전의 세계에 대하여서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는 지구에서 그들은 서로를 향한 영원한 갈망으로 합일을 이루고자 하지만
    신들은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드넓은 고독의 공간에서 그들이 의지하고 위로하며 합일의 희망을 버리지 아니할 수
   있었던 건 그칠 줄 모르는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듯이, 그러한 갈망은 지구에서도
   기억의 상실을 뚫고 나와 그들을 인도하여 주는 빛나는 눈동자가 되어 신들의 방해와 싸워
    합일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신들은 4차원적 힘으로 그들의 다른 육신이 어머니의 태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그들이
  선택한 어머니의 자궁을 막아버리거나 아버지의 정액을 메마르게 하는 것이었다.
  원시 지구에서 신들의 권능은 발휘될 수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정신과 관념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들의 방해와 맞서 싸우는
   은빛세계의 다른 사람들, 즉 아도니스와 나르키소스에코 그리고 오이디프스,
   이미 인간의 친구가 되어버렸고 자신도 인간으로 남길 원하는 프로메테우스 등이
    벨레프시를 도와주었다.
  
   아도니스는 한 때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정부노릇을 한 지상의 인간이었다. 은빛세계에서
   그는 아프로디테가 한낱 질투심으로 뭉쳐진 요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질투심은 잔인하여 그의 어머니 스미르나라를 단지 아프로디테보다 아름답다고
  외친대 대한 벌로 아버지에 대한 연정에 빠지게 하였다. 그의 어머니 스미르나라는 연정을
  극복하지 못하여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잠자리를 함께 하였지만 그건 아프로디테의
   질투심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도니스는 미남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간부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운 청년
  아도니스를 유혹하여 정부로 삼았으나 이제 은빛세계에서 아도니스는 진보된 인격을 갖춘
   용사가 되어 신들의 방해와 맞서 싸우며 벨레프시의 탄생을 돕고 있었다.
  
   나르키소스에코 역시 은빛세계 이전에는 신들의 방해로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나르키소스와 에코로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합일을 이루어 진보된 인류의 스승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르키소스를 사랑한 에코를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단지 대답을 잘 못했다는 이유로 남이 하는 말의 끝말만 되풀이하게 만들었다. 그런 아픔을 견디지 못한 에코는 동굴 속에 틀어 박혀 살다가 야위고 지쳐서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나르키소스는 복수의 여신 네메세스의 저주를 받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었다. 하지만 이제 은빛세계에서 나르키소스에코로 벨레프시의 탄생과 합일을 돕기 위하여 신들과 맞서 지혜를 짜내고 있다.
  
   오이디프스는 신들의 장난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인간이었다.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은 그가 태어나서 장차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 할 것이라고 경고를 하여 그의 삶이 혼미와 고통 속에 빠지도록 하였다. 인간의 참된 마음을 역이용하여 그 예언을 간악하게 성사시킨 신들을 오이디프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폴론의 예언을 두려워한 그의 아버지는 그를 낳자마자 죽여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발에 쇠못을 박아서 깊은 산 속에 갖다 버렸다. 그 아이는 목동에게 발견되었고 목동은 아이를 코린토스 궁전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거기서 발이 부어 있다는 뜻의 오이디프스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성장해서 자신의 출생을 궁금하게 여겼다. 그때 신들은 그에게 장차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거라고만 말해 주었다. 이를 두려워한 오이디프스는 길러준 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려고 코린토스를 떠났다. 그리고 테베로 가는 도중에 친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을 만나 시비 끝에 죽이고 만다.
  
   그가 테베 근처에 이르자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버티고 앉아서 나그네에게 수수께끼를 묻고는 대답하지 못하면 죽이는 것이었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선뜻 그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답을 풀자 스핑크스는 죽었다. 그러자 그는 테베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아 그를 낳은 어머니 라이오스 왕의 왕비 요카스테와 결혼하여 왕위에 올라 결국 신들의 예언을 성취되게 하였다. 나중에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프스는 스스로 두 눈을 빼어버려 장님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신들을 용서하고 평온하게 살아가는 은빛세계의 한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벨레프시가 신들의 모략으로 고독의 공간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지 신들을 꾸짖고 사과를 요구한 사람이 오이디프스였다. 그의 강한 요구와 인류의 반발에 다수의 신들은 벨레프시가 돌아오도록 힘쓰겠다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아무도 간교한 신들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벨레프시가 없는 은빛세계는 어딘지 신들에게 덜 긴장을 주는 편안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신들보다 더 나은 세계로 진보하게 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진 자가 벨레프시라는 것을 신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누구도 벨레프시의 복귀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재로는 인류와 신들은 벨레프시의 복귀를 두고 암암리에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세계의 주인이 되느냐 아니면 신들과 인간이 영원히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느냐 하는 미래를 건 한판 승부였던 것이다.
  
   인간이 신들보다 더 나은 인격과 능력을 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히 거듭 태어나는 벨레로폰과 프시케의 심장을 에로스적 애증의 화살로 관통시키는 것은 에로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이전의 세계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에로스의 화살은 치명적이다. 에로스의 화살은 서로를 향한 갈망마저 흐리게 하여 합일을 방해하고 그들마저 원시적 애증에 빠지게 한다.
  
   에로스가 주는 사랑은 천박하고 권태에 빠지기 쉬우며 미움과 상처를 남기고 불신과 불화로 인하여 삶을 무기력하게 한다.
  
   벨레로폰과 프시케가 지구에 태어나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이나 천박한 에로스적 사랑과, 자신의 일부를 향한 본래적 갈망을 구분해야만 한다.
  
   합일을 위해 본래 하나였던 벨레프시는 벨레로폰과 프시케로 지구에 태어나더라도 그들은 욕망과 에로스적 사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바다의 주신인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은 그들의 합일을 방해하여 결국 은빛세계로 복귀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면 완전한 신의 몸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트리톤은 난폭하고 고약한 큰 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합일을 방해하려고 할 것이 틀림없었다.
  
   탄탈로스 역시 그들의 합일을 막는다면 갈증의 형벌을 용서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딸 플로트 사이에서 태어난 탄탈로스는 자신의 아들 펠롭스를 죽여 요리를 만들어 놓고 신들을 초대했었다. 신들의 미움을 받은 그는 대가로 물웅덩이에 빠져서 살면서도 물 한모금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웅덩이의 물이 턱까지 닿아서 마시려고 허리를 굽히면 물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빨려들어가고 검은흙이 드러나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화과와 배, 사과, 석류 등이 탐스럽게 달린 가지로 손을 뻗어 따먹으려고 하면 가지가 하늘로 들려 올라가고 말았다. 그는 벨레프시의 합일을 방해하여 언젠가는 기어코 물을 마시고 싶었다.
  
   아도니스나 나르키소스에코 오이디프스 등은 벨레프시의 자궁을 막는 신을 저지할 수는 있었지만 지구에 태어난 그들의 삶을 도울 수는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합일을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들이 자유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탄생의 열쇠를 가져다주었지만 역시 그들 스스로 고독의 공간을 탈출해야만 했다.
   어쩌면 프로메테우스는 지구에 태어난 그들은 도울 수 있을는지도 모르지만 에로스와 트리톤 그리고 탄탈로스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가 준 탄생의 열쇠가 있고 탄생을 가로막는 신들의 방해에 맞서 싸워주는 아도니스와 나르키소스에코, 오이디프스가 있어 어떤 가늠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로라도 태어날 수는 있었다.
  
   오늘날 인간이 진보한 이래로 신들은 인간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신화를 통하여 여전히 군림하고 있으며 인간의 내면에 숭배사상을 심어 은연중에 섬김 받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여전히 헤라와 아프로디테는 잘생긴 소년을 정부로 삼고 싶어하고 아름다운 소녀를 병들게 하고 있다. 에로스의 화살은 함부로 활시위를 떠나 인간의 심장을 질투와 시기 미움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제우스는 여전히 인간의 딸들을 몰래 훔쳐가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 뜻밖의 재앙이 일어나도록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진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생의 번뇌를 다 겪으면서도 결코 진보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눈물과 질병 그리고 죽음이 삶을 놓아주지 않을지라도 진보의 길을 갈 것이다.
  
   고독의 공간에서 떠돌던 벨레프시는 처음 벨레로폰과 프시케로 태어났으나 합일을 이루기 직전 제우스의 방해로 다시 고독의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이미 탄생의 열쇠를 가진 그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신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은빛세계의 진보된 정신을 회복하였을 때 신들은 결코 그들을 지배할 수 없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로 그들은 다시 태어났으며 합일을 이루기 위해 신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들의 싸움은 인류의 싸움이며 진보된 미래에 우주와 세계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가리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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