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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전설

 

 

 

 

백년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이건 악어야, 이건 악어야, 하지만 아주 똑똑한 악어야.”

옛날에 명랑하고 활달한 어느 사람이 피니요스와 마강게를 오가면서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는 두 마을의 장터에서 큰 목소리로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자기가 어떻게 그런 물건들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님들에게 그 물건들은 정말 기적과 같은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답니다.

어느 날 오후, 영원한 사랑을 얻게 해 주는 오렌지를 판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자기 앞에 아주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젖은 머리칼을 말리지도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그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로케 리나였으며, 엄하기 그지없는 식당 주인의 딸이었습니다. 로케 리나를 아무도 모르게 지켜보고 있던 남동생들은 로케 리나가 그 남자의 달콤한 말에 갈수록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큰일 났다고 일렀습니다.

다음날, 전혀 다른 세상의 물건을 판다고 보통 때처럼 큰 소리로 외치면서, 그 남자가 가게로 왔습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로케 리나에게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얼굴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별로 다정하지 않은 로케 리나의 아버지가 못마땅한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이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은 바로 나일세"

로케 리나의 아버지는 차갑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은 밥이 아닐세. 그러니 다른 곳에 가서 노래를 하며 물건을 팔게나. 우리 사이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말일세.

" 그리고는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로케 리나의 팔을 잡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남자는 매일 그 가게로 와서 럼주와 치즈와 코코를 넣은 밥을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강가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마을 남자들은 한쪽 강가에서 목욕을 했고, 여자들은 반대쪽 강가에서 목욕을 했답니다. 하지만 강 한가운데에는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요? 남자는 로케 리나와 헤어지기 전에 약속을 하나 했었습니다. 그녀가 목욕을 하러 가면, 남자가 강을 헤엄쳐 건너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도대체 그 남자가 그 거센 강물을 어떻게 지날 수 있을까요? 그건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이 이야기의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남자는 밥을 먹고서 강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그의 몸은 조금씩 오므라들기 시작했습니다. 팔은 줄어들어 조그만 다리가 되었고, 두 다리는 하나로 붙더니 꼬리가 되었고, 그가 먹은 밥알들은 날카로운 이빨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아주 수영을 잘하는 악어가 되었던 것입니다.

악어 인간은 날렵하게 소용돌이를 헤치고 강물을 건너 로케 리나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매일 그 가게로 가서 럼주를 마시고 코코를 넣은 쌀밥을 먹고는 악어가 되어, 사랑하는 로케 리나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매일 강에 악어가 나타나자, 그 동네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서워 벌벌 떨면서 목욕을 하러 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강게의 어부들은 악어를 잡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어부들의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답니다. 그들이 악어를 잡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남자는 더욱 더 날쌘 수영 실력으로 로케 리나가 있는 강변으로 갔던 것입니다.

한편 로케 리나의 아버지는 아주 거만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를 우러러보기를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정확하게 악어가 어디로 헤엄을 치는지 알아냈고, 그 악어를 사로잡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남자가 악어로 변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마강게의 모든 어부들이 배를 타고 악어가 지나다니는 길로 갔습니다. 로케 리나의 아버지가 이끄는 어부들은 쉬지 않고 악어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남자는 가게에 앉아 럼주를 마시고 치즈와 밥을 먹은 후, 그곳을 떠났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찾고 있는 동안,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 악어로 변한 다음, 로케 리나 아버지의 배까지 재빨리 다가가서 그 배를 뒤집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강가에서 잠을 자고 있던 사랑하는 로케 리나를 찾았습니다. 그런 다음 그녀를 자기 어깨위에 태우고는 조용히 그녀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 그들에 관해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그 마을 사람들은 자기 아내를 아침 일찍부터 집안에 숨기고, 솥에 남아있는 밥을 모두 깨끗이 먹었답니다. 악어인간이 집으로 찾아와 밥을 먹고 아내를 데리고 갈까 무서웠던 것이지요.

악어인간은 콜롬비아의 북쪽 해안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콜롬비아에는 “악어가 간단다”라는 아주 유명한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바로 이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 바로 이 지역을 무대로 삼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그의 대표작 '백년동안의 고독' 안에 얼마나 많은 전설이 녹아들어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