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

풍금소리

 

 

 

 

하얀 목련이 피면 어릴적 살았던 산골,
함께 자라며 흘렀던 강이며
꿈을 담아주었던 호수를 다녀오겠다.
이른아침 커다란 버스창가를 벗삼아 다녀오련다.


눈을 지긋히 감아도 좋겠고
그곳을 떠난지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하나하나 모든것이 낯설어 보이겠지만
정든 하늘 아래 다시 찾았다는 느낌에
더욱 행복한 봄이 되리라.


마을을 지나며 나 살았던 곳이 아닐런지
혹여 하는 느낌에 마음엔 벌써 진달래가 피어있다.


시골집을 찾아
어머니와 밤새 이야기를 나눌때
멀리 개짖는 소리 지금도 들리려나.


어릴적 그 길고 넓어 보이던 강위의 다리며
신작로까지 아주 작고 좁아 보이겠지.
아무런 목적이 없는 여행,
내가 다녀간 흔적이 없는
마음에 담아놓고 내려놓고 오고싶은,
그 누구의 간섭이 없는 여행을
이번 봄엔 앞산에 진달래 피듯
내 발을 그렇게 걸어보리라.


오래전 묵었던 숙소를 찾아보고
기차역에 들어오던 느려 보이던 열차에
젊음을 소중히 알지 못했던
어리석은 싫증을 느끼지 않고
앞날의 인생이 이렇게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바램으로 기다려 보리라.


이젠 다시볼 수 있을지 안타깝지만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에서
아이들이 기억 할만한 선물을 골라보고
예전에 누구나 다 그랬듯이
삶이 나처럼 煮洑構?보이던 사람옆에 앉아
아이들에게 풍금을 쳐주고싶다.


그곳이 아니더래도
강을 돌아서 있어 듬듬히 사람들이 다니던,
아무도 찾지않아 쓸쓸하게 보이던
작은 개울을 건너 창이 많은 교회에 가서
외롭게 들리는 여름비란 곡도 연주해보겠다.


어느해 여름,
앞을 가리기 힘든 소나기가 내리던 날
저수지에 앉아 산그을음을 기다린것처럼.
마음은 강에 하얀 안개 피어오르듯 벌써
풍금소리에 젖어드는 기분이다.


여름비의 풀륫에 익숙한 선율이
교회안에선 유난히 울림소리에 우울해진다.

책상위의 짙은 바다색 표지의 여권을 보며
아, 이젠
내가 떠나올때 젊은이가 아니었음에
마음마저 혹여 변한게 아닌가 하여 씁쓸해져 온다.
풍금소리를 생각하니 자꾸 마음이 달려간다.


아주 오래전
오랫동안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무주 구천동 적상산 자락 마을에
요양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커다랗고 오래된 기와집이 대나무 숲에 둘러싸여
라디오도 들리지 않았고
밤이면 대나무가 울어대던 바람 소리에
화장실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던 곳.
낮에도 하루종일 쓸쓸하게 바람만이 다녀갔던곳.
매일 밥 해주시는 할머니의 부름에
건넌방에 건너가 입에 익숙치 않은 음식에
웃음으로 고마움을 건네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서야
시골 김치 먹고 싶을때면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할 수 있으니
할머니가 웃으시겠다.

하얀 한지를 바른 방문을 열면 멀리 마을이
내려다 보여 한낮엔 살것이 있다며
마을에 내려갔었다.


그렇게 찾았던곳이 쓸쓸한 교회였는데
무작정 들어가 찬송가를 여러곡 연주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보이고
젊은이 몇명이 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처음보는 우린 사이다 몇 병에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고
무서운 밤 그들이 찾아줄때면 너무 반가웠었다.
매일 밤이면 바람이 불었고 대나무는 매일밤 울어댔다.


아직은 말하고 싶지않은 아름다운 추억이었는데.
건넌방 할머니의 어린손녀가
가끔씩 마을에서 이곳에 올라와
주말이면 방을 치워준다.


느낌이 꼭 긴머리 소녀의 노래처럼.
하얀 얼굴에 말이 없이
....
풍금 소리랄까.
난 피아노에 앉아 여러곡을 쳐보련다.
따오기, 등대지기, 그리고...
그애는 분명 등대지기가 되었었고
오빠생각처럼 도회지를 꿈꾸는 소녀였겠다

.
대나무 숲 기와집 마루에서
홀깃 내방을 넘겨다보던 그애가
풍금소리처럼 보고싶은걸.

풍금소리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저녁바람처럼 부드럽다.


가죽부대에 바람을 넣어 내뿜는 소리이니
자연의 소리랄까.
마음에 여과없이 다가와 들린다.
사람에게서 풍금소리가 난다면
분명 시골할머니,
어릴적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삶이 평범한 모습일게다.


페달을 밟으며 나는 소음소리도 싫지가 않다.
풍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이 왠지 포근하게
봄바람처럼 살아온 사람이겠기에
커피라도 나누고 싶어진다.

 

 

 

...... 知人의 글 옮김

'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0) 2008.04.02
기다리는 봄에게...  (0) 2008.03.15
..삶 II  (0) 2008.01.20
나무, 책 이야기  (0) 2008.01.17
me..  (0) 200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