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Rachmaninoff..& 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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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한참이던 1942년,
러시아에서 망명한 피아노계의 거장 라흐마니노프는
미국 비버리 힐즈의 주택가에서 살고 있었다.
그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역시 러시아에서 망명한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유명한 두 음악가는
서로를 만나본 적이 전혀 없었고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180cm에 가까운 큰 키에 죄수를 떠올릴 만큼 짧게 깍은 머리,
그리고 깊은 슬픔이 드리운 무뚝뚝한 라흐마니노프에 비해 스트라빈스키는
키가 작고 말이 많은 사람으로 그들은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이 두 음악가 사이를 오가던 친구들은 서로를 한번 만나볼 것을 청했지만,
그 때마다 라흐마니노프는 어눌한 목소리로
'저 시대에 뒤진 노인과 만난다 해도 난 할 말이 없다'고 말했으며
스트라빈스키는 '그 엉터리 혁명가와 만나라구?" 하며 정색하곤 했다.
어느날 한 지휘자가 두 사람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식탁에 앉은 두 사람은 냉랭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손님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느나고 물었을 때야 비로소 라흐마니노프는
'버터 바른 빵'이라고 대답했고 스트라빈스키는 '벌꿀'이라고 간단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 날 두 음악가는 인사도 나누지 않고 그대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며칠 후 스트라빈스키의 집 앞에 한 대의 자동차가 멈춰섰다.
이어 묵직한 병을 손에 든 라흐마니노프가 차에서 내렸다.
그가 스트라빈스키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마침 문을 열고 나온 스트라빈스키는
라흐마니노프의 뜻하지 않은 방문에 놀라 잠시 멈칫거리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라흐마니노프는 손에 쥔 병을 스트라빈스키의 가슴에 들이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벌꿀이요, 당신이 좋아한다기에..."
그리고는 차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꿀통을 품에 안은 스트라빈스키는 멍한 표정으로 멀리 사라져가는 자동차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후 라흐마니노프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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