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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쯤,
햇살이
마치 키다리 아저씨같이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시간이 주는 조금 여유로움..
그 여유로움 때문에
마음의 긴장감이 덜해지는 것같다
도시에서 자라고 그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어쩌면,
아니, 아마도 그 타이트한 시간의 흐름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일이나 생각들이,
이미 이곳 생활에 아주 익숙히 자리잡아 가고있다
.
한적한 시골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니
차 안으로 햇살이 가득차 올랐다
그 빛은,
따스함과 안도감을 이미 주고있었다
늘 낯선 이방인 같던 내가
이젠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가고 있는게지...
.
오래전 친구하고
여행을 할때가 종종 생각이 난다
아마도 8월이었을..
바닷가서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먼 길을 걸어 시골버스를 타기로했다
뜨거운 퇴약볕을 머리에 이고
먼지나는 자갈길을 걸으며
무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그렇게 걷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우리는 길에 누워 온몸으로 비를 맞았다
한참을 그렇게...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
마치 자유로운 탈출의 빠삐용처럼
마치 톡 쏘는 탄산수의 갈증해소처럼
그때의 그 희열감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소낙비는, 이내 멈추었다
비에 젖은 청바지가 무거울 법도 한데
8월의 퇴약볕은
얼마지나지않아 그 젖은 무게를 덜어 주었다
그리고도 한참을 걸어...
우리는 버스를 만나게 되었고,
약간은 덜마른 옷이라도 별로,
그 생각을 하지 않을 만큼
이내,
피곤함에 버스에 온몸을 맡겨 버렸다
나를 가져가시요~ 버스여~~
달려라 버스여~
그리고
우린 모두 꿈 속으로 빠져 버렸다
.
.
그렇게
그렇게
그런 기억을 가슴에 담고
시간이 흘러갔는데...
.
.
.
다시 버스안,
늘 그런 기억들 때문에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고향같은 시골버스를
나이들면 원없이 타보리라 생각하고 살았다
버스에 오르며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짐이 많으신 어르신들을 부축 해 드리기도 하고
간혹 이웃집 아주머니,아저씨 같으신 분이
말을 걸어오면 사는 이야기도 해드리고
때론,
고추모종은 잘 되셨어요?
올해 벼농사는 손실이 없으셨는지요..?
등등... 잘 모르지만 나름 아는척하며 여쭤보면서..
늘 편찮으시지말고 편안하셨음 하고,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길 들어드리기도 한다
.
.
차창밖으로...
아직은,
회색빛 도로가..
실버바이올렛빛 창백한 산등성이,
가녀린 나뭇가지의 실루엣,
어설픈 바람들,
날아다니는 새들의 날개짓이 흐릿하지만
멀지않아,
좀더 선명한 컬러사진처럼
그렇게 보이겠지
지금의 흑백사진 같은 실루엣도
시간이 흐르면서 선명해지는 풍경들도
모두,모두가 아련함으로
가슴에 담아두고 싶다
시간을 멈춰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야겠지
.
어쩌면
어쩌면
흘러가는게 맞을지도 몰라
버스도 달려가고
풍경도 달려가고
내 마음도 달려간다
.
정지되고 싶은 건..
그저...
기억일 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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